4월 27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갈등보다 중요한 것

16세기 이탈리아 출신의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1548-1600)는 17세에 도미니크 수도회에 입회하여 그리스 고전 문학과 논리학 등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행동을 하며 이단 혐의를 받게 된 그는 수도회에 입회한 지 11년 만에 탈퇴하고 유럽 전역을 방랑하다가 칼뱅(Jean Calvin, 1509-1564)이 있던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신교로 개종을 합니다. 그러나 거기에서도 신학적 갈등을 빚다가 감옥에 갇히고 파문당하고 맙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함으로 석방되었지만,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가서 대학교수직을 얻으려 했지만 표절 의혹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옥스퍼드 대학의 지식인들과 또다른 갈등을 겪습니다. 이후 유럽 여러 도시들을 방랑하듯 떠돌다가 독일의 헬름슈테르에서는 루터파로부터 파문을 당하기도 합니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는 시의회와 시비가 붙어 추방당했고, 베네치아에서는 후원자와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는 결국 1600년 로마의 종교재판소로부터 이단으로 선고받고 화형에 처해지고 말았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조르다노 브루노의 행적을 다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일평생 방랑자로 살았고, 가는 곳마다 다툼과 분쟁의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가 분쟁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반발이었지만, 무신론자들도 그와 연관 맺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코 교리나 이론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생각이 풍부하고 지성적이긴 했지만, 감정이 극도로 예민한 성향 때문에 다른 사람과 원만히 지낼 수 없었습니다. 비록 그가 화형당한 지 379년 만인 지난 197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John Paul II, 1920-2005)가 ‘당시 교회가 진행한 양심 탐구의 범위 안에서 조르다노 브루노의 처형은 부당한 행위였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긴 했지만, 그는 오늘날로 말하면 사회부적응자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브루노의 이론은 17세기 과학 철학 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고, 18세기 이후 많은 철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그를 ‘현대 문명의 선구자’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사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정당한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사회적 분란과 갈등을 야기하는 그의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사상적 대립이 아닌 사람과의 사이에서 갈등만 만들어낸다면 그의 좋은 이론이나 업적이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오늘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야기를 조금 좁혀서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가 무언가에 시시비비를 가릴 때에도 분명 내 주장이 옳다 하더라도 그게 많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심해야 합니다. 내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이보다 객관적이라 하더라도 그것만을 고집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것보단 때론 침묵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너희 아버지의 자비로우심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자가 되라.”(눅 6:25)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레 19:2) 하나님의 사람인 우리는 하나님을 닮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거룩함에서도, 그리고 자비로움에서도 말입니다. 그럼 하나님을 닮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하나님은 우리가 죄를 짓거나 실수했을 때에 심판하시보다 용서하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잘못했을 때 책망하시기보다 참아주시는 분입니다. 그게 우리 신앙인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모습입니다.

여러분, 오늘 나와 생각이 다르다 할지라도, 그리고 내 생각이 옳다 생각된다 하더라도 다투려 하기보다는 용납하고 참아주시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사십시다. 옳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