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최고의 천사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요 ‘서부의 세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 1933-2023)가 쓴 『로드』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2006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현대 문명이 대재앙으로 멸망한 이후, 더 나은 환경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재로 뒤덮였고, 남은 것은 아버지와 아들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지구상에 더 나은 환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지만, 자신의 희망이자 빛인 아들이 용기를 잃지 않게 하고자 남쪽을 향해 길을 떠납니다. 그곳으로 가면 무언가 살아남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말입니다. 먹을 것도 없고, 몸을 감쌀 옷가지도 없으며, 신발도 없습니다. 그저 카트에 이런저런 것들을 긁어모아 담고서 한없이 길을 떠납니다. 그들은 길을 가다가 수많은 시체들을 마주하고, 가끔은 살아남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들이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위험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 생과 사의 경계에서 남의 것을 빼앗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사람을 먹는 식육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도덕적인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들을 위한 희생과 사랑에는 변함이 없음을 보여준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격려합니다. “넌 내 마음의 전부야. 항상 그랬어. 넌 최고의 아들이자 남자야!” 두 남자는 마침내 목적한 바닷가에 이르렀고, 아버지는 세상의 끝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난파된 배와 핏빛 바닷물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힘든 길을 통과해온 아버지는 며칠 동안 앓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고, 홀로 남은 아들은 새로운 무리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세상의 종말과도 같았던 상황에서 그래도 우리 인류는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며 소설은 막을 내립니다.

처절한 현실과의 사투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들을 위해 희생하고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주는 이가 아버지요 어머니입니다. 많은 이야기들 속에 자상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근엄하고 때론 무관심하고 때론 자녀들의 앞날에 걸리적거리는 존재처럼 비춰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아버지는 없습니다. 어머니처럼 표현이 되지 않지만, 어머니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처럼 자상하지 않지만,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합니다. 어머니처럼 따뜻한 품은 아니지만, 때론 어머니보다 더 강한 방어막이 되어주는 가슴을 가지고 있습니다.

곧장 피부로 느껴지지 않지만 깊이 되새겨 보면 큰 바위와 같이 자녀들을 지켜주는 이가 아버지입니다. 때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무뚝뚝한 아버지 같기도 하고, 그 사랑을 다 표현하지 않으시기에 우리가 오해하기도 하는 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변함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품고 계시는 사랑이기도 합니다.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사 49:16)라고 말씀하십니다. 단 한 순간도 우리를 잊지 않으시고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그 사랑을 가장 많이 담고 계신 분이 아버지요 어머니입니다.

오늘 어버이날에 우리의 부모님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살아계시든 아니면 우리 곁을 떠나셨든, 그분들이 계셨기에 오늘 우리가 있습니다. 아버지처럼 때론 무뚝뚝하여 그 사랑의 깊이를 우리가 다 느끼지 못했을지라도, 우리의 부모님은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최고의 천사입니다. 오늘, 부모님의 사랑, 그런 부모님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십시다. 우리는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