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정신의학 용어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만족함을 느낀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미국의 내과 의사인 앨런 눅스(Allan Luks)가 『선행의 치유력』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엔도르핀 분비가 정상치의 3배 이상 상승하고 타액 속에 면역 항체의 수치가 상승하여, 행복감을 더 느끼게 되고 자존감은 향상되며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등 신체적 정신적 이익을 얻게 된다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주장한 것입니다.

실제로 2003년 미국 미시건대학교 연구팀이 70세 이상 423쌍의 장수 부부를 대상으로 5년간 추적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장수한 부부들은 정기적으로 타인을 돕는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5년 동안 134명이 사망했는데, 생존자 중 여성의 72%가, 그리고 남성의 75%가 아무런 대가 없이 남을 도와준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자원봉사자 3천 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일주일에 8시간 이상 다른 사람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던 사람들 중 95%가 ‘헬퍼스 하이’ 즉 심리적인 포만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마더 테레사 효과’(Mother Teresa Effect)와 연관이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 효과’란 봉사와 사랑을 베풀며 일생을 살았던 마더 테레사처럼 남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거나, 심지어 그런 선한 일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에서 평생 의료선교활동을 했던 슈바이처의 이름을 따서 ‘슈바이처 효과’(Schweitzer Effec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선행은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마더 테레사가 빈민가에서 피고름을 흘리는 이들을 보살펴주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하면서 “저는 백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그런 일을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테레사도 “나도 못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에 감동되어 한 것일 뿐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세상이 알지도 못하고 줄 수도 없는 기쁨을 주시기에 기쁨으로 그 일을 한 것입니다. 그것은 억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하늘의 기쁨입니다.

조건을 따지고 앞뒤를 재는 마음으로는 순수한 봉사를 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이 우리에게 기쁨이 되고 감격이 되는 ‘헬퍼스 하이’가 되는 이유는 거기에 조건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면 건강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행복해지기 때문에 한다는 것 자체도 이미 조건이 됩니다.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은 조건없이 섬기고 봉사하는 마음에 따라오는 덤이요 복일 뿐입니다. 페루 출신의 신학자인 구스타보 구티에레즈(Gustavo Gutiérrez, 1927-) 신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남의 손을 씻다 보면 내 손도 따라 깨끗해지고, 남의 귀를 즐겁게 해 주다 보면 내 귀도 따라 즐거워진다. 남을 위해 불을 밝히다 보면 내 앞이 먼저 환해지고, 남을 위해 기도하다 보면 내 마음이 먼저 밝아진다.”

시편 51편에서 다윗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자원하는 심령을 주사 나를 붙드소서.”(시 51:12) 다윗은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마음이 자신에게 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무슨 일을 하든, 특별히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나 자신을 조금이나마 희생하려는 자발적인 마음이 늘 우리 안에 머물러 있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가정에서나 일터에서나, 오늘 내가 살아가는 모든 삶의 자리에서 자원하고 자발적으로 하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작은 실천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헬퍼스 하이,’ 심리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