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금요일) 아침의 묵상 – 노예제도와 설탕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몽테스키외(Montesquieu, 1689-1755)는 그의 책 『법의 정신』에서 흑인 노예무역을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노예제도는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같은 책에서 전혀 다른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그의 글입니다. “우리에게 흑인을 노예로 만들 권리가 있는 이유를 대야 한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설탕을 생산하는 농장에서 노예가 경작하지 않는다면 설탕 가격이 너무 비싸질 것이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데다 코는 너무 납작해서, 이를 한탄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다. 전지전능한 존재인 신이 영혼을, 심지어 선한 영혼을 완전히 새까만 육신에 담는 광경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피부색이 인간의 본질을 이룬다고 믿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몽테스키외의 노예무역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가 말한 이런 노예제도에 대해 주장은 당시 가톨릭의 이름을 빌어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려는 논리가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지를 반어법으로 비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출판사에서는 몽테스키외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주장을 감추기 위해서 이런 부분을 삭제하고 출판하기도 합니다. 몽테스키외가 논리적으로는 노예제도를 반대하면서도 노예제도를 찬성한 듯한 주장을 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노예가 없으면 설탕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노예제도가 부당하지만, 노예가 사라질 경우 설탕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삶이 어렵게 된다는 것에서는 노예를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종교사회학자인 로드니 스타크(Rodney Stark, 1934-2022)는 몽테스키외만이 아니라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 볼테르(Voltaire, 1964-1778) 등 많은 계몽주의 사상가들도 노예제도를 옹호했다고 주장합니다. 건강한 이성을 통해 사회적 무지를 타파하고 현실을 개혁하고자 했던 계몽주의자들조차도 노예제도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노예제도는 오랜 인류역사와 함께 해 왔기에 쉽게 타파할 수 없는 거대한 산과 같습니다. 그것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는 없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우리의 논리적 주장과 나의 실제적인 삶이 충돌했을 때 우리가 어느 쪽을 따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몽테스키외가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만인 평등설을 바탕으로 노예제도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도, 설탕을 얻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는 노예제도를 찬성한 듯한 주장을 하는 것은 결코 올바르지 않습니다. 자신의 유익이나 삶의 편리를 위해서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을 우리는 이율배반이라고 말합니다. 성경적 표현으로 한다면 위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위선자들이라고 책망하신 바리새인들은 ‘교인 한 사람을 얻기 위해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교인을 만들면 자신들보다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마 23:15) 사람들이었습니다. 또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배척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생각과 삶, 신앙과 현실이 너무나도 달랐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게 바리새인들만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신앙인이라고 하면서 우리의 삶에서는 전혀 신앙인다운 모습이 없다면 그것 또한 위선이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신앙하는 것과 우리의 삶이 다르다면 노예폐지를 주장하면서도 설탕을 얻기 위해서 노예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몽테스키외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주님을 닮아가는 신앙인다운 삶, 우리의 생각과 삶이 다르지 않는 정직한 신앙인으로 하루를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