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세계 책의 날을 맞아

4월 23일, 오늘은 UNESCO가 제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입니다. 4월 23일을 책의 날로 지정한 이유는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 명작을 남긴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와 세기의 명작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Cervantes, 1547-1616)가 1616년 오늘,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유네스코는 이들을 기리고자, 1995년 오늘을 책의 날로 지정한 것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책이라고 하면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떠올리지만, 시대에 따라서 책의 종류는 다양했습니다.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의 고대 동양사회에서는 거북이의 등딱지나 짐승의 뼈, 또는 돌에다 기록을 남겼습니다. 서양에서는 점토판이나 파피루스를 기록의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오늘날 종이를 뜻하는 영어 ‘paper’는 파피루스(papyrus)라는 말에서는 나왔다고 합니다. 종이책이 대중화된 것은 15세기 활판 인쇄술이 발명되면서부터입니다. 오늘날에는 전자책이 나오고, 말로 듣는 오디오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책에 대한 개념이 다양해졌습니다. 그런 여파로 종이에 인쇄되어 나오는 종이책의 출판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까지 1년 동안 우리나라 19살 이상 성인 연령층에서 1권이라도 책을 읽었거나 오디오북을 통해 들은 사람은 불과 47.5%였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에 1인당 독서량이 4.3권이었습니다. 이런 통계는 그 전해보다도 독서인구는 8.2%나 감소했고, 읽은 책의 숫자는 7권에서 4권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이는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일하느라 시간이 없어서(26.5%)였고, 그 다음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26.2)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날 책을 대체하는 매체가 있습니다. 바로 동영상입니다. 동영상은 시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반면 책을 읽으면서 누릴 수 있는 상상력을 얻지 못합니다. 그리고 요즘의 동영상은 왜곡하거나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많아 우리의 사고를 넓혀주기보다는 편협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린 아이들까지도 책을 읽는 것보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동영상을 즐기는 문화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런 ‘독서하지 않는 풍토’가 성경을 읽지 않는 문화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갖습니다. 물론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꼭 성경이라는 책을 통해서만 듣는 것은 아닙니다. 설교를 통해서 듣기도 하고, 코로나 이후 범람하고 있는 설교 동영상들을 통해서 내가 얼마든지 유명한 목사님들의 설교를 선택해서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설교를 듣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경을 통해 내가 직접 읽는 것입니다. 읽을 때 우리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생각과 상상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히 4:12)합니다. 내 안에서 말씀이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묵상하는 것입니다. 말씀을 읽고 묵상함으로 말씀이 나를 변화시키고 이끌어가도록 나를 맡기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오늘 독서의 날을 맞이하여 책을 잊는 습관, 그리고 성경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조금 더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연세가 들어 눈이 침침해 책을 읽기 어려우신 분들이라면 귀로 듣는 말씀이 더 편하겠지만, 책을 읽을 수 있을 때 성경과 책을 읽으면 우리의 인격과 신앙이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