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외상 전 스트레스 장애

정신의학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말이 있습니다. 극도로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후에 그 트라우마로 인해서 발생하는 심각한 심리적 장애를 일컫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전쟁에 참전했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동료가 죽어가는 모습을 본 후에 그 충격으로 심리적인 불안을 느끼는 경우, 또는 뜻하지 않게 심한 자연재해나 사고를 당한 충격으로 악몽을 꾸거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인 혼란을 겪는 경우입니다. 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말 그대로 ‘외상’ -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진 후에 스트레스를 받아 나타나는 장애를 말합니다. 그런데 그 말에 빗대어 요즘에는 ‘외상 전 스트레스 장애’라는 말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곧 감당하기 어려운 심각한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에서 오는 무력감을 말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곧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는 두려움에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랜싯’이 지난 2021년 10개국의 청소년 1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청소년들의 59%가 기후 변화에 대해서 ‘극도로 걱정’했다고 보고했고, 50% 이상의 청소년들이 슬픔, 불안, 분노, 무기력, 죄책감 등의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심리전문가 단체인 ‘기후심리동맹’(CPA)의 대표이자 정신과 의사인 주디스 앤더슨은 “기후 변화의 심리적 문제는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규정하고, ‘기온 상승, 재난으로 인해 정신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는 실존적 위기’라고 말합니다. 이런 실존적 위기에 빠진 인간에게 곧 그 위기가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외상 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가능성을 큽니다.

우리가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거나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면 그 말이 맞습니다. 그러나 언제인지 모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삶에 충격으로 다가올 사건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할 무슨 대책이 있지 않는 한 불안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불안해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이미 경험한,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충격으로 인해 주어진 것인 반면 외상 전 스트레스 장애는 앞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 것으로 인한 충격이기에, 그런 충격적인 현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충격을 대비하기 위해서 뭔가를 한다면 막연히 기다리면서 느끼는 불안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외상 전 스트레스 장애라는 말에서 주님의 다시 오심을 생각해 봅니다. 성경의 약속대로 세상 끝날에 주님이 반드시 다시 오십니다.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살전 4:16)하신다는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다시 오심으로 온 인류에게 임할 심판을 두려워하며 불안해하는 것은 잘못된 신앙입니다. 우리가 바른 신앙으로 산다는 것은 주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되, 주님의 영접을 받을 수 있도록 믿음의 사람답게 사는 것을 말합니다. 믿음의 사람답게 산다면 주님의 다시 오심과 주님의 심판이 우리에게 결코 두려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삶에서 오는 불안은 주님께 맡기고,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 있다면 내게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감으로 이겨나가십시다. 오늘 하루도 우리 마음에 알 수 없는 불안이 오거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잘 헤아려, 믿음의 사람답게 이겨나가십시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