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우리는 잡초가 아닙니다.

오래전 가수 나훈아 씨가 부른 ‘잡초’라는 유행가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갈 텐데 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여러분, 정말 세상에는 잡초가 많을까요? 내가 이름을 모른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잡초일까요? 사전적으로 잡초란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을 뜻합니다. 잡초가 많다는 것은 내가 풀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다는 뜻입니다. 유행가의 가사처럼, 우리가 이름을 모르는 것은 모두 잡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잡초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흔하디 흔한 풀이라고만 여깁니다. 그런데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생각하면 세상에 잡초는 없습니다. 모든 풀이 그 나름의 아름다운 이름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강병화 명예교수는 17년 동안 우리나라 전역을 돌아다니며 야생 들풀과 식물들을 채집해서 종자은행을 세웠습니다. 그가 채집한 들풀만 무려 4,439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잡초들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습니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이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이 또한 잡초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잡초가 되는 것이지요. 산삼도 원래 잡초였을 겁니다.” 산삼의 가치를 몰랐을 때에는 산삼도 산기슭에 나는 잡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산삼의 가치를 알고 나면 결코 잡초일 수 없습니다. 때로는 향기도 없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지도 못한 풀일지라도, 또 지척에 널려 있는 흔해 빠진 풀일지라도 이름 없는 잡초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잡초들 속에 파묻혀 잡초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인 김춘수(金春洙, 1922-2004)의 시 ‘꽃’에서 노래한 것처럼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에 나에게 꽃으로 다가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을 때에는 잡초같은 인생입니다. 아무도 내 이름을 알지 못할테니까요. 그런데 성경은 우리가 결코 잡초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신문에 내 이름이 대문짝하게 나와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내 이름을 모른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내 이름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다 보면 생경한 이름들이 많이 나옵니다. 족보 이야기에서도 그렇거니와 수없이 많은 이름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이름들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이름들을 다 아신다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갈 때에 아무도 나의 존재에 대해 관심 갖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누구인지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내 이름을 아십니다. 하나님께서 내 이름을 아신다면 우리는 결코 이름없는 꽃이나 잡초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내 이름을 부르시고, 내 이름을 기억하실 때 우리는 한 송이 꽃이 되어 하나님의 가슴에 향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이름이 유명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니 다른 사람이 내 이름을 알아주느냐 알지 못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이름을 하나님께서 알고 계시고,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께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삶이 잡초 같을지라도, 하나님께는 잡초일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사십시다. 그리고 내 삶에서 내 고유의 향기를 풍겨내며, ‘나’다움의 꽃을 피워내며 사십시다. 하나님께서 내 이름을 기억하듯이 누군가가 나의 향기를 맡으며 나를 기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