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면
아는 목사님께로부터 전해 들은 말입니다. 10년 전 오늘,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던 4월 16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안산 명성교회 관리집사님이신 양집사님께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TV를 켜보니 배가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바로 단원고 2학년인 딸 온유가 탄 배였습니다. 오전 7시쯤 엄마에게 ‘배에서 자고 일어났다’는 문자를 보내온 터였습니다.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이후 1시간 동안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만큼 전화기 버튼을 눌러댔고, 끝내 연결되지 않아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온유야, 아빠다. 너를 위해 모두 기도하고 있다. 이럴 때 침착해야 해. 친구들에게도 동요하지 말고 차분히 기다리면 구조될 거라고 용기를 주렴….’ 이 문자에도 답이 없던 온유가 그때 뭘 하고 있었는지 아빠는 닷새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2학년 2반 반장이었던 딸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날, 비통해하던 그에게 구조된 딸의 친구들이 찾아와 말해주었습니다. “온유는 갑판까지 나왔다가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어요. 방에 남아 있는 친구들 구한다고요.” 친구들은 온유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계속 갑판에 남아 있었다면 헬기로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래쪽 선실에서 터져 나오는 친구들 울음소리를 듣고,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다시 선실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기자와 만난 온유 양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걔는 그럴 줄 알았어요. 친구들이 배 안에 있는데 그냥 나올 애가 아니어서… 문자를 보내면서 차분히 기다리면 구조될 거야라고 말했던 게 가장 후회됩니다. 지금 드러난 상황을 보니 어른들 믿고 기다려선 안 되는 거였는데.” 온유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새벽기도 반주를 시작했습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해왔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부활절 예배는 눈물바다였다고 합니다. 주보의 십일조 헌금자 명단에 온유의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편의점 알바로 번 돈을 쪼개 수학여행 떠나기 전 헌금했는데 이날 주보에 실린 것입니다.
“걔는 그럴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는 온유 양의 아버지 양집사님의 말이 가슴을 무척이나 아프게 만듭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신실한 신앙인이요 책임감 있는 반장의 역할을 충분히 할 줄 았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생명보다도 다른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 예수님을 닮은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그 말은 감동이긴 하지만, 가슴을 아프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사고가 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고, 304명의 안타까운 생명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온유 양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요한복음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 15:13) 주님은 친구와 같은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우리를 죄에서 건져주셨습니다. 그 주님께서 우리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5:34)고 말씀하셨습니다. 온유 양은 그런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몸소 실천한 참된 신앙인이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어떻습니까? 말씀대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미리 선을 긋고서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말씀대로 살려니 나를 너무 많이 희생해야 하고, 너무 많은 수고를 해야 하기에 말씀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우리의 삶을 시작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내 삶에 가득하도록, 그래서 때로는 손해를 보고, 때로는 내가 희생해야 한다 하더라도 주님을 닮아가는 거룩함으로 살도록 기도하십시다. 10년 전 오늘, 우리에게 참된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준 온유 양처럼, 참된 신앙인의 모습으로 살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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