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지금은 기도할 때

미국 뉴욕 리디머장로교회에서 목회하시다가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팀 켈러(Timothy Keller, 1950-2023) 목사님이 쓴 『팀 켈러의 기도』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 2001년 9월 11일, 911테러가 뉴욕에 일어났습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뉴욕 전체가 우울증에 사로 잡혔다고 할 만큼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에 뉴욕뿐만 아니라 팀 켈러 목사님 가정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되었습니다. 사모님은 크롬병으로 힘들어 하셨고, 목사님은 갑상선 암 진단을 받은 것입니다. 목사님의 가정도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빠진 것입니다. 그 때 사모님이 목사님께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여보 우리가 아주 비상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사모님의 갑작스런 제안에 목사님이 ‘무슨 이야기냐?’고 되묻자, 사모님이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우리가 매일 밤에 머리를 맞대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을 매일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듣고 팀 켈러 목사님이 처음에 굉장히 부담스럽고, 솔직히 싫었다고 합니다. 하루나 이틀 정도 하는 것이 아니고, 매일 밤에 아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은 그동안 해 본 적도 없었고, ‘기도는 그냥 따로 따로 해도 되지 않는가?’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목사님의 의중을 안 사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병원에 가서 죽을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고, 의사가 ‘매일 밤 약 한 알씩을 먹지 않으면 몇 시간 안에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우리가 매일 밤 약 먹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또는 그것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거나 하겠습니까? 그 약을 먹지 않으면 몇 시간 안에 죽는다고 한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정신 차려서 항상 밤에 약을 먹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은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는 일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하나님께 비상한 기도를 해야 하는게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그때 팀 켈러 목사님은 사모님의 그 이야기를 듣고 ‘이것은 성령께서 하시는 말씀이다.’라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매일 밤 사모님과 함께 손을 잡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심지어 집회 때문에 해외에 나가야 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전화로라도 기도하는 시간을 계속해서 가졌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매일 부부가 손을 잡고 기도한다고 해서 우리가 바라는대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팀 켈러 목사님이 지난해 돌아가신 원인도 췌장암이었습니다. 암이라는 질병이 오랫동안 팀 켈러 목사님을 괴롭혔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도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기도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가 아버지께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우리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아버지 하나님께서 내 삶에 개입하시고 내 삶으로 들어오시기를 희망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평안하고 형통할 때에도 기도하는 것이 당연하거니와 어려움이 우리의 앞길을 힘들게 만들거나 암담하게 나를 짓누르고 있다면 더욱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과 인생 가운데 들어오신다면 힘든 삶의 문제도 거뜬히 이겨나갈 수 있고, 아무리 고통스럽고 어두운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빠의 손을 잡고 밤길을 가는 아이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결코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깨어 기도하라.”(마 26:41)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남겨주신 부탁이었습니다.

여러분, 비록 매일 부부가 손을 붙잡고 기도하진 못하더라도, 우리가 그런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일의 아침을 시작하십니다. 지금은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께서 기도하는 우리를 붙들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