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삶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미국의 극작가인 아서 밀러(Arthur Miller, 1915-2005)가 쓴 『세일즈맨의 죽음』이란 희곡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1940년대 미국 뉴욕에서 성공과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세일즈맨 윌리 로만(Willy Loman)은 매사에 남보다 앞서서 돈을 버는 것이 유일한 생의 목표라고 배우면서 자랐습니다. 그에게는 비프(Biff)와 해피(Happy)라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아들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예를 들어 윌리는 아들이 이웃집에서 공이나 나무토막을 훔쳐 오면 겉으로는 ‘그런 짓을 하면 못 쓴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겁낼 줄 모르는 녀석’이라고 만족해 하며 ‘언젠가는 쓸모 있는 놈이 될 것’이라고 흐뭇해 했습니다. 고등학생인 아들 비프는 운동도 잘하고 훤칠하고 인기가 많은 아이여서 아빠 윌리가 큰 기대를 하는 아들입니다. 그런 비프에게 윌리는 자신의 성공관에 따른 기대를 주입시켰는데, 비프는 도벽 증상을 보이는 등 점점 어긋나며 아버지와 갈등을 일으킵니다. 그는 성공을 꿈꾸었으나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노동의 강도는 거세졌지만 수입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생활고를 겪기도 합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두 아들 역시 그의 기대와 달리 방황하고 타락의 길로 들어서고 맙니다. 현실에서도, 또 자식들에게도 배신당하고도 그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세일즈맨으로서도 실패한 윌리는 ‘아버지의 불륜에 대한 기억과 아버지의 그릇된 교육과 인생관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는 아들 비프의 말에 충격을 받게 되고, 그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택한 방법은 아들에게 보험금을 남겨주기 위해서 자동차 사고를 위장해 자살을 하고 맙니다. 아버지의 장례식 때 아들 비프는 ‘아버지 윌리가 잘못된 꿈을 쫓아 살았다’고 회고하고, 해피는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윌리의 무덤에 홀로 남겨진 부인 린다는 “당신의 보험금으로 마지막 빚을 다 갚아 자유로워졌는데, 당신은 어디 있느냐?”고 울부짖으며 끝을 맺습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성공을 위해 질주하던 당시 사회를 비꼬고 있습니다. 아무리 성공을 꿈꾸고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여전히 하급 노동자에 지나지 않는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을 자각할 때 몰려드는 인생의 허무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역시 약육강식의 논리가 살아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큰 꿈을 꾸며 달려가지만 우리의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왜 이런 일이 당시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일까요? 우리가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른 채 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명성을 얻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쉽게 얻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목표를 이룬다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 가득히 밀려오는 공허감을 채울 수 없을 것입니다. 누가복음 12장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처럼, 아무리 창고에 많은 것을 쌓아놓는다 하더라도, 그 창고가 자신의 영혼에게 평안한 안식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의 곳간 창고에 뭔가를 쌓아야 행복해질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그게 물질이든 명예든 자존심이든 말입니다. 그러나 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나를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감사함으로 사는 것입니다. 윌리의 아내 린다의 말을 기억해야 합니다. ‘빚은 다 갚고 자유로워졌는데 당신은 어디 있느냐?’는 말은 무엇을 이뤘느냐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중요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살아가는 내 존재에 감사하며, 보람되게 하루를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