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요정 에코(Echo)의 이야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헬리콘산의 요정 에코(Echo)는 수다를 좋아해서, 한 번 말을 시작하면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올림포스산의 바람둥이 제우스가 헬리콘산으로 가는 것을 본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제우스가 바람을 피우러 간다고 생각하고 제우스 뒤를 미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우스는 요정 에코에게 자신의 불륜 현장을 헤라에게 들키는 것을 막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에 에코는 남편 제우스의 행방을 묻는 헤라에게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계속 수다만 늘어놓았습니다. 그 틈을 이용해 제우스는 바람피던 자리에서 피할 수 있었습니다. 에코의 수다에 남편 제우스가 바람피는 현장을 놓친 헤라는 이에 분노하여 에코에게 ‘남이 말하기 전에는 절대로 먼저 말할 수 없고, 남이 한 말이라 하더라도 그 말의 끝부분만 되풀이해야 한다’하는 저주를 내리고 맙니다. 이 저주는 에코를 외롭고 슬픈 존재로 말들었습니다. 에코는 나르키소스(Narkissos)라는 청년이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반해 사랑하게 되지만, 나르키소스에게 사랑한다는 고백도 하지 못합니다. 이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요정 에코는 차츰 쇠약해져 마지막에는 목소리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이 때부터 에코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가 말을 걸면 그의 끝말을 반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에코’를 우리 말로 하면 메아리입니다. 에코의 이야기에서 두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하나는 우리가 요정 에코처럼 너무 말을 많이 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인품은 그가 어떤 말을 하는가 하는 것과 동시에 그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를 가까이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에코는 제우스가 바람피는 것을 감춰주기 위해 헤라에게 계속해서 수다를 떨었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함으로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들춰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하라.”(약 1:19)고 말씀하십니다.
에코의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본다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을 우리가 에코의 말처럼 듣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사랑을 드러내십니다. 기록된 성경을 통해서 분명하게 증거하신 그 사랑을 오늘날에는 강단에서 선포된 말씀으로도 구체적으로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성경의 기록이나 선포된 말씀을 들으면서 ‘그게 그 말씀’이라고 생각하며 자세히 들으려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지난 주에 했던 말씀을 이번 주에도 하는 것 같고, 예전에 하던 말씀을 또 하는 것 같고, 심지어 늘 같은 소리만 하는 것처럼 듣기를 귀찮아하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안타까워 계속해서 말씀하시는데, 우리는 그 뜻을 다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면서 에코의 잔소리처럼 취급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늘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그 말에 그의 마음이 담겨 있기에 듣기를 즐거워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을 늘 듣기를 즐거워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했던 다윗은 하나님의 말씀을 “금 곧 많은 순금보다 더 사모할 것이며 꿀과 송이꿀보다 더 달도다.”(시 19:10)라고 고백합니다. 세상 그 무엇이 우리를 사랑한다는 하나님의 속삭임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세미한 음성 가운데 우리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십니다. 하나님의 고백을 기쁨으로 듣고, 우리도 주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하루를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너무 말을 많이 하면 나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조차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말을 조금 줄이고, 하나님의 사랑 고백을 우리 마음에 더욱 많이 새기는 복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회 : 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