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우리의 자화상은?

16세기 독일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가 그의 나이 28세인 1500년에 그린 ‘자화상’은 ‘예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자화상 중에 하나’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불과 13살에 자화상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사회적 현실에서는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당시 화가들은 왕이나 귀족, 또는 부자나 고위 성직자의 초상화를 그려 그것으로 자신의 성공과 명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13살의 뒤러는 자신의 모습에 관심을 갖고 자화상을 그렸던 것입니다. 그는 스물두 살 때 ‘엉겅퀴를 든 자화상’이라는 그림도 그렸습니다. 그러나 1500년에 그린 그의 자화상이 가장 유명합니다.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자화상이 유명한 이유는 자신의 자화상에 예수님의 모습을 섞여 그렸기 때문입니다. 뒤러는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면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예수 그리스도의 초상화를 그리던 기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어둠 속에서 홀로 빛을 받아서 밝게 보이는 식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정면을 향하는 초상화는 거의 대부분이 예수 그리스도의 삼위일체를 표현할 때에만 사용되던 방법이었는데, 그의 초상화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초상화처럼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모피 코트를 입은 모습은 당시에 소수의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들이나 입을 수 있는 성공한 사람의 상징이었는데, 뒤러는 자신의 자화상에서 모피 코트를 입은 모습을 그렸습니다. 얼굴이 정면을 향하고 있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고, 앞섶을 여민 듯 오른손을 살짝 오므리면서 위로 향하게 그린 것은 자기 스스로를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그의 머릿결이나 수염은 마치 예수님을 닮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림 오른쪽에는 “나 뉘른베르크 출신의 알브레히트 뒤러 28세에 지워지지 않는 물감으로 나의 모습을 그렸다.”라는 글자를 써넣었습니다.

이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이라는 뒤러의 초상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예수님의 초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것은 뒤러가 의도한 바일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무엇인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직 하나님만 아신다.” 알브레히트 뒤러가 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아름다운은 단순히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통해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누군가를 향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판단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그의 내면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의 아름다움은 우리 안에 하나님의 형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금수와 다른 점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실 때 당신의 형상대로 우리를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창조의 때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7) 그렇습니다. 우리는 남자나 여자, 어느 계층에 속하고 무슨 일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습니다. 이것은 불변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그 하나님의 형상을 우리 안에 간직하고 사느냐 하는 것입니다. 죄의 유혹에 넘어가 죄의 종이 되어버린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자가 아니라, 죄의 노예가 되어 살게 됩니다. 알브레히트 뒤러는 그런 세상에서 자신은 ‘하나님의 형상은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당당히 자화상을 통해서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화가가 되어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야 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리시겠습니까? 우리의 모습을 통해서 그리스도가 세상에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의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드러나는 자화상을 그리며 살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세상에 보여지는 우리의 자화상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