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고난이 유익이라!

199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1935-2023)는 1935년 일본의 유명한 사무라이 집안에서 일곱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대학을 다니던 23살에 『사육』이란 작품으로 일본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문학과 삶은 별개가 아니다.’라는 신념을 갖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핵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히로시마 노트』를 발간했고, 미일 안보조약에 반대하는 지식인을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는 옛 소련의 폭력과 인권탄압의 실상을 폭로하며 정의를 외쳤던 솔제니친(Solzhenitsyn, 1918-2008)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우리나라의 김지하 시인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실천적 지식인의 면모를 갖추었습니다. ‘일본은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일본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해 ‘9조 모임’을 결성하여 일본의 군국주의와 전쟁 반대를 외치며 투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 신사 참배를 하는 고이즈미(小泉純一郎, 1942) 전 총리를 두고 ‘일제 강점기에 대한 어떤 반성도 없이 한국인의 아픔을 무시한 채 무례히 행동한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당혹감 등 실존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었고, 인간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가 그렇게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결혼한 후 5년 만에 태어난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아들 때문입니다. 그 아들은 태어난 후 3년 동안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삶을 기대하기 힘든 아기였습니다. 수술 후 기적적으로 생존했지만, 언어장애, 행동장애, 자폐증 등을 가지고 있었고, 지능지수는 65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아이를 가리켜 오에 겐자부로의 인생의 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만약 내게 끊임없이 돌봐야 하는 이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이런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 아이를 돌보면서 인간 심성의 깊은 아픔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들은 현재 아버지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고, 아버지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지만 그 아들은 현재까지도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에 겐자부로에게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아들은 아픈 손가락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아들을 돌보면서 참된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살폈고, 인간이 본질적으로 겪게 될 아픔과 불안한 실존에 대해 고뇌하며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게 그의 작품에 녹아들었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아픔이나 고뇌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아픔과 고뇌, 시련과 역경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런 힘든 순간이 있다는 것에 불평하고, 그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 바라며 사는 사람은 거기에서 얻어지는 유익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고통과 아픔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살피고, 그것이 자신에게 주는 유익이 무엇인지를 발견한다면 그것을 통해 더욱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고난이나 아픔을 무미건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고 부활로 승리하신 주님을 기억하며 그것에 큰 가치를 부여하며 삽니다. 고난주간이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권력자들에게 붙잡혀 고초를 당하신 주님을 묵상하며, 내게 주어진 힘들고 어려운 순간까지도 선을 이루도록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감사함으로 사십시다. “고난 당함이 내게 유익이라”(시 119:71)는 시편의 말씀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