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지레짐작하지 맙시다.

건축가이자 부동산 서비스 회사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랍비 앨런 루리(Alan Lurie)가 쓴 『월요일 아침 5분』이란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가 한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강사가 “우리는 어느 대학을 나왔든지, 직업이 무엇이든지, 회사에서의 직급이 무엇이든지 관계없이 모두 ‘지레짐작하기 과정’을 졸업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복도에서 회사의 CEO를 만났고,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CEO는 그의 인사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걸어갔습니다. 그 때 신입사원은 기분이 나쁠 것입니다.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CEO가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취급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CEO는 신입사원의 인사에 대꾸를 하지 않았을까요? CEO가 어떤 심각한 문제를 생각하느라 신입사원이 인사를 하는지 몰랐을 수도 있고, 인사하는 신입사원이 누구인지 몰라 자신에게 인사하는 것에 내심 당황해서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CEO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인사를 받지 못한 이유가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입사원은 CEO에 대해서 성급하게 지례 짐작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CEO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말입니다.

저자는 이런 것을 ‘지레짐작하기’라고 말합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런 일들을 수없이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 지레짐작하는 습성 때문에 누군가를 향한 평가에서 공정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거나 아는 체를 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를 거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앞의 이야기처럼 그가 그 순간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나에게 인사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의 성격이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탓에 선뜻 먼저 인사하는 것이 굉장히 어색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보낸 이메일이나 문자나 카톡에 답장을 하지 않는 친구는 너무 바쁜 나머지 답장을 보낼 여유가 없을 수도 있고, 답장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레짐작으로 그가 의도적으로 내 이메일이나 문자를 무시했다고 생각해 버립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개인적인 일이든 직장의 일이든 지레짐작으로 내린 결론이 인간관계를 망치고, 새로 찾아온 기회를 망가뜨리고, 결국에는 우리 삶을 덜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이렇듯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지레짐작의 습관이 현대인들에게 또 하나의 천성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면 왜 우리는 그렇게 지레짐작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의 마음에 여유가 없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생각하면 상대방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비판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대부분의 비판은 성급한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로마서 2장에서는 ‘남을 판단하는 사람’을 향해 날카롭게 책망합니다. 판단하는 우리가 같은 일을 한다고 말입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처럼 자신이 한 일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정당한 것이고, 다른 사람의 것은 내가 그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내 마음대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나쁘다고 판단해버린 사람만 존재할 뿐입니다. 그 판단도 우리가 알고 있는 적은 모습을 보고서 내린 것입니다. 그를 더 많이 이해하고 알아간다면 그에게서 좋은 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고, 그도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사람 가운데 악한 의도로 나를 만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판단을 보류하고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없습니다. 오늘 하루 그런 넓은 마음으로 하루를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