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가지치기를 당할 때
독일 출신의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의 ‘가지가 잘린 떡갈나무’라는 시를 읽어드립니다.
“나무여, 얼마나 가지를 잘라댔는지
너무나 낯설고 이상한 모습이구나
어떻게 수백 번의 고통을 견뎠을까
너에게는 이제 반항과 의지만 남았구나
나도 너와 같다
가지는 잘려나가고 고통스런 삶을
차마 끝내지 못하고 야만을 견디며
매일 이마를 다시 햇빛 속으로 들이민다
내 안의 여리고 부드러운 것을
이 세상은 몹시도 경멸했지
그러나 누구도 내 존재는 파괴할 수 없다
나는 자족하고 타협하며
수백 번 가지가 잘려나가더라도
참을성 있게 새로운 잎을 낸다
그 모든 아픔에도 이 미친 세상을
여전히 사랑하기에.”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헤세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조국 독일을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매국노로 몰리면서 나치에 탄압을 당하여, 1930년대 말에는 독일에서 그의 글들이 출판금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는 고뇌 끝에 조국 독일을 버리고 스위스로 망명을 떠나 스위스인으로 살면서, 힘들고 고독한 시간을 정원 가꾸기에 몰입했습니다. 그는 손수 정원을 만들고 가꾸면서 생명이 움트는 신비에서부터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환희, 그리고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엄숙함을 느끼며 그의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앞서 읽어드린 ‘가지가 잘린 떡갈나무’는 어쩌면 전쟁광이 되어버린 조국 독일에 의해서 수없이 잘려진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떡갈나무는 수없이 가지치기를 당해야 했습니다.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이 가지도 잘렸고 저 가지도 잘렸습니다. 그러나 가지가 잘리는 아픔을 견디어내면서도 그 이마를 햇빛 속으로 들이밀며 여리고 부드러운 새순과 새잎을 돋아내듯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떡갈나무를 보면서 어쩌면 생명의 경이로움에 감탄하여 이 시를 지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무는 가지치기를 당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키워갑니다. 가지치기를 당하지 않는 나무는 아픔은 그만큼 적을지 몰라도 그 모습에 아름다움이 없습니다. 고통을 겪어내는 만큼 성장하고 아름다워지기 때문입니다.
나무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평안한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고통이나 고난 없이 평탄한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때로, 그리고 자주 우리 자신이나 우리의 삶에 가지치기를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무릇 내게 붙어 있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해 버리시고 무릇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것을 깨끗하게 하시느니라.”(요 15:2) 우리의 삶에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를 가지치기로 잘라내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소중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가차 없이 잘라내기도 하십니다. 우리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때론 우리가 아끼고 아끼는 것일지라도 잘라내십시다.
때로는 환경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때로는 끝까지 붙잡으려 하지만 결국 놓아야 할 것도 있습니다. 때로는 기대하고 간절히 바라던 것인데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내 삶에 많은 것들이 잘려나갈지라도 우리를 더 아름답고 복되게 만드시려는 하나님의 가지치시는 손길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오늘 하루도 우리의 삶에서 잘려나가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더 아름답게 만드시려는 하나님의 손길임을 인정하며 사십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만들어가시는 더 나은 나의 모습을 기대해 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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