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배려하고 돕는다는 것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의 제왕 제우스(Zeus)는 바람기로 유명합니다. 그에게는 6명의 아내가 있었지만, 아름다운 여인만 보면 바람피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아내 헤라(Hera)의 눈을 속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헤라의 눈에 띄면 제우스와 바람을 피운 여인들은 고통받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레토(Leto)라는 여신입니다. 예쁘고 사랑스런 여신 레토는 제우스와 사랑을 나눈 후 쌍둥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제우스와 레토 사이의 불륜을 알게 된 헤라는 참을 수가 없어 모든 신과 인간들에게 ‘레토가 아이를 낳도록 땅을 빌려주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뱀 피톤(Python)에게 레토를 잡아먹으라고 명령합니다. 그래서 레토는 해산을 앞두고 있지만 아이를 낳을 땅을 아무에게도 허락받지 못하고, 게다가 거대한 뱀 피톤에게 쫓기는, 말 그대로 고달픈 삶을 이어가게 됩니다. 레토의 배는 점점 불러오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고, 그 때 바다의 신 포세이돈(Poseidon)이 레토를 도와줍니다. 헤라가 땅을 빌려주지 말라고 했기에 포세이돈은 바다 가운데 있는 델로스(Delos) 섬을 파도로 겹겹이 가려 태양 아래 드러나지 않게 하고서 그곳에서 레토가 쌍둥이 남매를 낳게 한 것입니다. 그 쌍둥이 남매가 아폴론(Apollon)과 아르테미스(Artemis)입니다. 레토는 델로스 섬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헤라의 보복이 두려워 거기 머물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더운 날씨와 배고픔으로 죽을 지경에 이르게 된 레토 일행이 맑은 물이 있는 작은 연못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이 물을 마시려 하자,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합니다. 레토가 ‘물 한 모금만 마시게 해 달라.’고 간청함에도 마을 사람들은 그것마저 거절하고, 연못에 뛰어들어가 연못을 흙탕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에 분노한 레토는 아이들의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저들이 죽을 때까지 연못에서 살게 해 달라.’고 부탁했고, 제우스는 그들을 모두 개구리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런 레토의 이야기에서 볼품없고 걸음걸이도 이상한 개구리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신화의 이야기입니다만,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레토에게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한 이유는 헤라 여신이 레토를 미워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헤라에게 잘못 보이면 자기들에게 어떤 불이익이 내려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헤라 여신의 보복이 두려워서 말입니다. 포세이돈은 헤라의 보복이 두려웠지만 레토를 도와줄 방법을 찾다가 파도로 델로스 섬을 가리고서 아이를 낳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돕고 배려해 준다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구리가 된 사람들은 보복이 두려워 물을 마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연못을 흙탕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도 말입니다.

다윗이 사울을 피해 도망다니던 시절 놉에 있는 제사장 아히멜렉이 다윗과 그의 일행에게 먹을 것을 주고, 보관하고 있던 골리앗의 칼을 다윗에게 줍니다. 나중에 그 일이 사울에게 알려지면서 그 땅의 피의 보복이 이루어져 수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해야 했습니다. 아히멜렉이 그걸 모르는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히멜렉은 사울 왕의 사위이자 군대장관인 다윗을 모른 척할 수 없었기에 다윗을 배려하고 도운 것입니다.

여러분, 때론 누군가를 배려하고 돕는 것이 내게 불이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사람을 외면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며, 더더욱 믿음의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사랑의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오늘 내게 도움을 청한 사람이 있다면,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도와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