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금요일) 아침의 묵상 – 하나님을 더 많이 알아가기

캐나다 출신의 작가 윌리엄 폴 영(William Paul Young, 1955-)이 쓴 『이브』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릴리’는 어린 나이에 마약중독자인 어머니의 강요로 몸을 팔아야만 했고, 결국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뜻밖의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져 미지의 섬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그 섬의 수호자 ‘존’을 만나 마음과 몸을 회복해 가게 됩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길고 긴 회복의 과정을 겪어가면서, 그녀는 환상 속에서 ‘태초의 증인’으로 에덴동산에 일어난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에덴동산에서 뱀에 유혹에 넘어간 최초의 인간 아담과 그에 대한 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브, 그리고 릴리의 몸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은 참으로 가슴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주인공 릴리가 존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존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존, 하나님을 믿어요?” 그 물음에 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대답해 줍니다. “릴리, ‘하나님’이나 ‘믿는다’ 같은 단어는 무의미해.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지만 하나님을 알라. 일단 누군가를 알게 된다면 믿는다는 게 더 이상 이상한 문제가 아니지.”

‘하나님을 믿지 않지만 하나님을 안다.’는 말이 오늘 우리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그와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1861)입니다. 그는 1959년 BBC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하나님을 믿습니까?” 융은 “네 믿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서 이렇게 그의 말을 고쳤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믿을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압니다.” 여러분, 칼 융은 왜 그렇게 말했을까요? 그냥 ‘나는 하나님을 믿습니다.’라고 말하면 아무런 의구심도 들지 않을텐데, ‘하나님을 알기 때문에 믿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믿음이 없는 말처럼 들려, 한 동안 그가 신앙인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안다는 것과 믿는다는 것은 차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아는 것은 굳이 믿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경험을 통해서 아는 것을 믿는다고 하진 않습니다. 지금 밖에 비가 내리고 있고, 그것을 내가 보고 있다면 우리는 ‘나는 지금 비가 내린다고 믿는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비가 온다는 것을 안다고 말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융의 말을 이해한다면, 그는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알기 때문에 굳이 믿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융의 신앙과 믿음의 깊이가 우리보다 더 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단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것을 우리 눈으로 직접 목격하지 못한 경우에도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서 그것을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라고 말해야 할까요? 아니면 ‘안다’고 말해야 할까요? 그 경우는 두 개의 표현이 모두 맞는 말일 것입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간접 경험을 통해서 아는 것이니까요.

물론 하나님에 대해서 우리가 ‘안다’고 말하는 말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을 다 알 수도 없고, 하나님은 성경에 기록된 것보다 훨씬 더 크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알아가는 것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믿음의 영역 못지않게 앎의 영역도 커져가야 합니다. 시편 34편에서 말씀합니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시 34:8) 하나님의 선하심과 은혜를 경험하여 알면 알수록 우리의 신앙은 더욱 깊어지는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 믿음으로 살되 하나님을 더 많이 경험하여 하나님의 알아가는 영역이 넓어지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도 더 깊어지길 소망합니다. 때론 믿는 것 못지않게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