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미다스의 귀

주전 8세기 무렵 소아시아의 프리기아(Phrygia)라는 나라에 미다스(Midas)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미다스(마이다스)의 손’으로 유명한 바로 그 왕입니다. ‘미다스의 손’이란 그가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황금으로 변한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로, 하는 일마나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미다스가 황금손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Dionysos)의 동반자인 실레노스(Silenus)가 술에 취해 온 마을을 헤집고 다녔지만, 마디스는 그를 위해 잔치를 벌인 후에 디오니소스에게 데려다 줍니다. 디오니소스는 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미다스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하자, 탐욕에 눈이 먼 미다스는 ‘자신이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황금으로 변해게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그의 손이 닿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는 것이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는커녕 불행만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그는 다시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이 저주에서 자신을 풀어달라고 요청해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후 미다스의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황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미다스 왕은 부와 영화를 싫어하며 자연을 벗삼아 지내게 됩니다. 그러다가 목신인 판(Pan)과 가까워졌습니다. 그런데 이 판은 피리 부는 실력이 탁월해, 제우스의 아들이자 음악의 신인 아폴론(Apollo)에게 실력을 겨루자고 도전을 합니다. 리디아의 왕 트몰로스(Tmolos)는 아폴론의 리라 연주가 더 탁월하다고 판정했지만, 미다스는 자신과 친한 판의 편을 들었습니다. 이에 아폴론은 몹시 화가 나서 “너 같이 무식한 자의 귀를 인간의 귀로 두기가 참으로 아깝구나. 네 귀는 차라리 당나귀 귀가 되는 것이 좋겠구나.” 라며 미다스의 귀를 잡아 늘이고는 그 안에 털이 소복하게 자라게 했습니다. 그렇게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미다스의 귀’라는 말은 좋은 소리를 분간할 줄 모르는 형편없는 귀를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시시비비를 가릴 때에도 그렇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할 때에는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내 입장에서 판단을 하다 보면 미다스처럼 객관적인 실력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쪽에 손을 들어주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솔로몬이 하나님께 ‘듣는 마음’을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솔로몬은 왕이 된 후 기브온 산당에서 일천번제를 드리고, 그런 정성에 감동해서인지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에게 “내게 네게 무엇을 줄꼬? 내게 구하라.”(왕상 3:9)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때 솔로몬은 ‘듣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합니다. 왕으로서 백성들을 바르게 재판할 수 있고 선악을 잘 구분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듣는 마음을 달라고 한 솔로몬이 진짜 지혜를 구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지혜와 총명을 더해 주셨습니다.

미다스의 귀가 좋은 소리를 분간할 줄 모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표현한 것이라면, 듣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한 솔로몬의 기도는 우리에게 무엇을 구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미다스의 손’이나 ‘미다스의 귀’는 그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유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잘 듣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솔로몬의 소원처럼 사람들의 소리를 잘 듣는 것도 중요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잘 듣기 위해서는 넓은 마음이 필료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에게 지혜와 총명을 주시면서 ‘넓은 마음을 바닷가의 모래와 같이 주셨다.’(왕상 4:29)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도 듣는 마음, 넓은 마음을 달라고 기도하며, 당나귀 귀로 살지 않고, 하늘의 지혜로 사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