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9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무신불립(無信不立)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의 뜻은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인데, 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신뢰가 아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공자(孔子)와 그의 제자인 자공(子貢) 사이에 나눈 대화입니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자공은 재산이 가장 많은 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스승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식량이 풍족해야 하고, 군대가 튼튼하고, 백성들이 정부를 믿어주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즉 좋은 정치란 경제가 좋아 먹을 것 걱정하지 않고, 국방력이 튼튼하여 백성들이 두려움이 없어야 하고, 백성들이 국가와 지도자들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자공이 다시 묻습니다. “이 셋 가운데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공자는 ‘군대를 버려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자공이 다시 묻습니다. “부득이하게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둘 중에 무엇을 포기해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공자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식량을 버려야지. 자고로 사람은 누구나 다 죽지만 백성들은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네.” 백성들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무신불립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의 정치에 대해서 어쩌면 일침과도 같은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그건 비단 정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매일 신뢰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난밤 잠을 푹 잘 수 있었던 이유는 집이 무너지지 않을 거란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집이 허술하여 작은 바람이나 지진에도 집이 무너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잠을 청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은 버스가 사고 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버스를 타고, 자동차를 운전해 가더라도 반대편에서 오는 차가 중앙선을 넘어 자신의 차와 충동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속일 것이란 두려움이 있다면 우리는 아무도 믿지 못한 채 외톨이가 되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한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무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라도 가까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 우리 시대에 그런 믿음과 신뢰를 깨뜨리는 일들이 많이 있음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시대를 ‘불신(不信)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쏟아지는 정보들 중에 거짓된 것들이 많이 있고,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나를 속이려는 속셈을 가진 이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신불립에 깨어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결코 깨뜨려서는 안 되는 관계가 있습니다. 그건 하나님에 대한 신뢰입니다. 하나님은 신실하시고 변함이 없으신 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며 살면서 신뢰를 잃어버리고선, 마치 하나님마저도 신뢰할 수 없는 분인 것처럼 생각하곤 합니다. 때로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누군가의 도움을 갈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고 자주 말씀합니다. 이 말이 갖는 의미 가운데 하나는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것을 반드시 지키시는 하나님이라는 뜻입니다. 아브라함을 지키신 하나님이 오늘 우리를 지키신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를 살아가면서 사람을 신뢰할 뿐만 아니라, 영원히 변함이 없으신 하나님을 절대 신뢰하며 사십시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최선의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