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연극적 감수성

  ‘연극적 감수성’이란 말이 있습니다. ‘연극적 감수성’이란 영화나 드라마 또는 연극과 같은 허구적인 대상에게는 깊은 애정과 동정심을 가지면서도 자신의 주변에 있는 현실적인 사람들의 고통에나 아픔에 대해서는 냉담한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가리킵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나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러시아의 한 귀부인이 유명한 오페라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습니다. 극 중에 주인공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고생을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귀부인은 그 장면을 보다가 그만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주인공이 너무 불쌍하다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 귀부인을 보며, ‘동정심이 많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귀부인이 극장 안에서 오페라를 보고 있는 그 시간, 극장 밖에서는 귀부인을 태우고 온 마부가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 마부를 조그만 배려를 해줬다면 극장 안에서 몸을 녹이며 기다릴 수도 있었겠지만, 부인은 마부에게 그냥 길 위에서 기다릴 것을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이 연극적 감수성이라는 것입니다. 허구적인 이야기에는 감동을 받기도 하고, 깊은 공감을 느끼면서도 실제 자신의 삶 주변에서 일어난 불쌍하고 힘든 사람들이나 모습들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멀리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굶어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마음이 아프고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자신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에는 냉담하게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우리는 정상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가 가진 먼 나라 사람들에 대한 동정은 어쩌면 가식에 불과할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새 계명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사랑하라.”(요 13“34)는 말씀을 생각해 보십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새 계명의 출발은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서로’라는 말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멀리 있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멀리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가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Lev Tolstoy, 1828-1910)가 던졌던 세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지금’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뭔가 거대한 일을 하거나 먼 미래를 꿈꾸는 것보다 지금 당장 내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고, 내가 만나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톨스토이의 가르침은 곧 성경의 가르침과 같습니다.

  사도 바울도 이렇게 말씀합니다.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딤후 5:8)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내 가족이나 내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그의 사랑은 거짓이고, 그는 믿음을 배반한 사람-믿음이 없는 사람입니다. 뿐만 아니라 불신자보다 악한 사람입니다.

  여러분, 멀리 보기 전에 먼저 가까이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내 손길이 미치는 곳에 있는 가까운 사람을 먼저 챙기고 사랑으로 돌보아주는 것이 참된 믿음의 삶입니다. 오늘 하루도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해 보십시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먼저 사랑하십시다. 그것이 거짓 없는 사랑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