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이름 없는 자일지라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근처에 이기대(二妓臺)라고 하는 넓은 바위가 있습니다. ‘이기대’라는 이름에서 ‘기’(妓)자는 기생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이기대는 ‘두 명의 기생과 연관된 바위’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기록에 의하면 그 주변에 두 기생의 무덤이 있어서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사회적으로 낮은 신분인 기생의 무덤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불려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현재 부산의 수영성을 함락시키고 이 넓은 바위에서 연회를 열였는데, 이곳에 있던 의로운 기녀 두 사람이 자진해서 이 연회에 참석하여, 술에 취한 왜장을 안고 물속에 떨어져 죽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논개의 이야기와 비슷하지요. 그 두 기생의 무덤이 그 근처에 있고, 두 기생을 기념하기 위해서 이기대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임진왜란’ 하면 떠오르는 장수가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입니다. 이순신 장군과 같은 훌륭한 장수를 통해서 왜군을 무찌르기도 했지만, 이름도 없이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군사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왜나라의 침략에서 우리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의병들도 있고, 이기대의 전설에 등장하는 기생도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그건 비단 우리 역사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성경에서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몸부림치며 살았고, 그런 믿음의 선배들로 인해서 오늘 우리가 복음의 은혜 안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서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히브리서 12:1)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 그들은 믿음장인 히브리서 11장에 그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성경에 이름이 언급된 사람도 있겠거니와, 그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포함합니다.

그런 믿음의 선배들과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우리 앞에 주어진 경주를 끝까지 달려가야 합니다. 그 믿음의 선배들은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고난이나 환란이나 어려움을 다 겪어보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런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들은 끝까지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렵고 힘든 삶의 길에서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용기를 내라고 박수를 쳐주고 있습니다. 고난 중에 고통의 쓴 잔을 마시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승리자가 얻게 될 면류관을 받아쓸 때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가라고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명씨에 가까운 우리이지만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우리의 역할을 감당함으로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일조할 수 있습니다. ‘이기대’라는 이름을 유래하게 만든 두 명의 기생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나라가 왜군을 무찌를 수 있었고,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하나님 나라에서 어쩌면 그런 무명과도 같은 존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작은 힘이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고, 하나님의 뜻하심을 이뤄내는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못 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는 말이 있지요?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우리이지만,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감당하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러면 그런 작고 보잘 것 없는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을 이뤄가실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이름 없이 살아가야 할 삶이지만, 내게 주어진 삶에서 하나님의 뜻하심을 이루어가는 멋진 신앙인으로 사십시다. 우리를 통해서 뜻하신 바를 이루실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내게 주어진 삶을 살기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