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장님과 코끼리

19세기 미국의 시인 겸 변호사였던 존 고드프리 색스(John godfrey saxe, 1816-1887)가 쓴 ‘장님과 코끼리’(The blind men and the elephant)라는 시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 형식으로 많이 들어본 글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여섯 명의 장님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육지에서 가장 큰 동물이 코끼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본 적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한 소년이 코끼리 한 마리를 몰고 가다가 장님들이 있는 것을 보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코끼리가 있으니 조심하라구요. 장님들은 그 말을 듣고 아주 반가웠습니다. 그리곤 소년에게 자기들은 코끼리를 처음 본 것이기에 코끼리를 만져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첫 번째 장님은 코끼리의 옆을 만져보고는 코끼리가 꼭 벽과 같다고 말했고, 두 번째 사람은 코끼리의 이빨인 상아를 만져보고는 벽이 아니라 창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 사람은 코끼리의 코를 만진 후에 코끼리가 뱀과 같다고 말하고, 네 번째 사람은 다리를 만져본 후 나무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섯 번째 사람은 코끼리의 귀를 만진 후에 커다란 부채 같다고 말했고, 여섯 번째 사람은 코끼리의 꼬리를 만진 후에 커다란 밧줄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코끼리는 떠나갔지만, 그들은 하루종일 길가에 앉아 자기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렸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의견을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그들은 각자가 부분적으로는 옳을지라도, 모두가 잘못되었습니다.”

이것은 고대 인도 설화를 바탕으로 시인 색스가 시로 각색한 것입니다. 색스가 이 시를 쓰게 된 이유는 종종 신학적 문제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지만, 사실 하나님에 대해서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는 인간의 논쟁은 장님이 코끼리 논쟁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우치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도 본 적이 없는 하나님에 대해서 자기들이 가장 잘 안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사실은 하나님의 일부분에 대해서만 알고 있는 인간의 지식으로는 하나님에 대해서 온전히 알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진 편견이 우리가 무언가를 판단하거나 논의할 때 얼마나 우리를 어리석게 만드는 지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은 언제나 부분적일 뿐입니다. 내가 가장 잘 안다고 하는 것조차도 ‘내가 그것에 대해서 완벽한 지식을 갖고 있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도인 바울도 이렇게 말씀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전 13:12)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부분적으로 알 뿐입니다. 희미하게 알 뿐입니다. 우리가 온전히 아는 것은 먼 훗날 우리가 하나님의 품에 안길 때입니다.

사도 바울의 이 말씀은 우리가 ‘사랑장’이라고 말하는 고린도전서 13장에 나옵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은 부분적으로 희미할 뿐이기에, 그런 우리의 짧은 지식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려 하거나 비판하지 말고 주님의 심판대 앞에 서는 날까지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말씀에 이어서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전 13:13)이라고 마무리합니다. 우리가 이 땅을 살아가면서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가 만나는 사람, 우리 앞에 놓인 상황, 우리의 마음이나 감정은 모두 우리에게 희미한 것들 뿐입니다. 그것으로 누군가를 정죄하거나 비판하려 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사랑으로 보듬고 품어주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