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우리는 편지입니다.

‘벨레로폰의 편지’(Bellerophonic letter)라는 말이 있습니다. 벨레로폰은 그리스 신화에서 키메라(Chimera)라는 괴물을 죽여 유명해진 고린도의 왕자입니다. 그런데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조롱한 결과 아버지를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린도에서 쫓겨납니다. 정처없는 떠돌이가 된 벨레로폰은 ‘티린스’라는 나라에 이르러 ‘프로이토스’(Proitos)라는 이름의 왕을 찾아가 환영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 왕비 안테이아(Antheia)가 벨레로폰을 본 순간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그를 유혹하지만 벨레로폰은 왕비의 유혹을 뿌리칩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난 왕비 안테이아는 남편에게 벨레로폰이 자신을 겁탈하려 했다며, 벨레로폰을 죽이라고 강요합니다. 프로이토스 왕은 왕비의 말을 듣고 격분하지만,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죽일 수 없다는 나라의 관습 탓에 벨레로폰을 자신의 장인에게로 보냅니다. 그러면서 그의 손에 편지 한 장을 들려 보냅니다. 그 편지에는 벨레로폰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부분에서는 용감한 영웅으로 치켜세운 내용이었으나 그 말미에는 ‘이 편지를 갖고 간 사람을 즉시 죽이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벨레로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사형집행 영장을 가지고 간 셈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심부름을 한 사람에게 아주 불리한 편지’라는 뜻으로 ‘벨레로폰의 편지’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편지를 받은 프로이코스의 장인 이오바테스(Iobates)는 당황했습니다. 손님이니 환대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고 사위의 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는 벨레로폰에게 아주 어려운 임무를 제안합니다. 입에서 불을 내뿜는 요상한 괴물, 지금까지 아무도 없앨 엄두도 내지 못한 키메이라(Chimaera)를 제거 해 달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사위의 청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필레로폰은 그 요청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힘든 요청들을 당당히 해냄으로 오히려 이오바테스의 딸을 아내로 얻게 됩니다.

성경에도 빌레로폰의 편지와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윗이 밧세바와의 범죄한 후 아이를 잉태하자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전장에 나가 있는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궁궐로 불러들입니다. 그리곤 범죄사실을 감추기 위한 자신의 계획이 불발되자 우리아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그의 손에 편지를 들려 요압 장군에게 보냅니다. 그 편지에는 우리아를 전장에서 죽게 만들라는 것입니다. 우리아의 손에 들린 편지가 곧 ‘베레로폰의 편지’였던 것입니다. 결국 다윗의 바람대로 우리아는 전쟁에서 죽고 다윗은 자신의 범죄를 감출 수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와 반대되는 편지도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빌레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손에 들고 간 오네시모는 빌레몬에게 큰 해를 끼치고 도망친 종이었지만,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의 형제가 되었으니 그를 형제로 받아 달라는 것입니다. 빌레몬이 오네시모를 종이 아닌 형제로 받아주었는지 성경은 그 결과를 가르쳐주진 않지만, 우리는 빌레몬이 바울의 간청대로 오네시모를 형제로 받아주었을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우리 손에 어떤 편지를 갖고 사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우리아처럼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죽음의 편지를 갖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내 자신의 삶이 내 손에 들려진 편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주고, 생명을 주고, 은혜와 덕을 주는 그리스도의 편지로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성경은 우리를 ‘그리스도의 편지’(고후 3:3)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내 삶이 생명을 살리는 선한 도구이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