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자존심보다 중요한 것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 Ross, 1926-2004)가 쓴 『인생수업』이라는 책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기분 좋은 여름날 갓 결혼한 부부가 저녁을 먹고 숲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둘이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멀리서 ‘꽥 꽥’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저 소릴 들어봐, 저건 닭이 틀림없어.”라고 말하자, 남편은 “아니야, 저건 거위야.”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내는 ‘그건 닭이 분명하다.’고 고집을 피웠고, 남편은 ‘닭 울음소리는 저렇지 않고, 저건 거위’라고 대답합니다. 그 때 또 다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꽥 꽥!” 남편은 다시 “거봐 거위잖아!”라고 말하고, 아내는 답답한 듯 발을 땅에 구르며 “아니야 저건 닭이야. 내가 장담할 수 있어.”라고 말합니다. 자꾸 우기는 아내에게 남편이 화를 내며 한마디 하려 할 때 다시 “꽥 꽥”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저거 봐, 닭이잖아.!” 그 순간 남편은 아내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왜 그녀와 결혼했는가를 기억했습니다. 그는 얼굴을 누그러뜨리고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미안해 여보! 생각해 보니 당신 말이 옳아, 저건 닭이야.” 그러자 아내는 남편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고마워요 여보!” 두 사람이 사랑 속에서 산책을 계속하는데 숲에서는 다시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꽥 꽥!” 그러자 남편이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닭이든 거위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기분 좋게 여름날 저녁 아내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것인 걸.’

그렇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그 소리의 주인공이 닭인지 거위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부부가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때로 별로 중요하지 않는 문제로 더 중요한 것을 훼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젊은 부부가 닭인지 거위인지를 놓고 대립한 이유는 무엇이 사실이냐 하는 것보다 각자의 자존심 때문입니다. 내가 양보하면 상대방보다 못한 사람, 내가 그 밑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굴욕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자존심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게 만듭니다. 그래서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서도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굽히지 않으려 합니다. 그것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지라도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가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던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종이 되어야 한다.”(마 20:26-27)고 말씀하십니다. 섬기는 자는 자기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섬겨야 할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그리고 기분 나쁘지 않게 높여줄 뿐입니다. 종은 아무리 자신의 의견이 옳다 하더라도 주인의 의견이나 입장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종은 자기주장이 아니라 주인의 주장을 묵묵히 따를 뿐입니다. 그러기에 섬기는 자가 되고 종이 되려는 자에게는 다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법이 그러해야 한다고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세상은 온통 자신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 하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그리스도인들은 낮은 자리로 임하신 주님을 닮아 낮아지더라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큰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여러분, 혹 누군가가 잘못된 주장을 하더라도 거기에 맞서 그를 기분 상하게 하거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낮아진 마음으로 져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 훨씬 더 신앙인다운 삶입니다. 오늘 하루도 나의 자존심보다 나를 통해서 섬겨주신 주님의 성품이 드러나는 멋진 그리스도인으로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