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비극을 넘어서는 용기

  폴 칼라니티(Paul Kalanithi, 1977-2015)라는 젊은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1977년 뉴욕에서 태어나,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고, 영문학 석사학위도 받았습니다. 문학과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그는 이 모든 학문의 교차점에 있는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 먹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 및 철학 과정을 이수한 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원에 진학해 의사가 되었습니다. 의사가 된 그는 모교인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했고, 여러 명문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의받기도 했습니다. 내과 의사인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열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 그가 서른 여섯의 젊은 나이에 죽음과 맞닥뜨리고 맙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알수 없는 기침이 계속되었고, 검사 결과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그의 삶은 장밋빛에서 한 순간에 암흑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그 충격으로 방황하기도 했지만,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용기를 내어 투병생활을 감당했습니다. 투병 중에도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기로 했고, 아내와 상의한 후 아이를 갖기로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삶을 자신이 계획한 대로 하나씩 실천하면서 신경외과 전문의 시험에 통과했고, 그에게 가장 큰 기쁨을 안겨준 딸 케이디가 태어났습니다. 그 와중에서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 ‘떠나기 전에’ 등의 제목으로 에세이를 써서 ‘뉴욕 타임즈’ 등에 기고해, 독자들의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가 쓴 글은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그는 이 책을 완성하기 전에 아내 루시와 8개월 된 딸 케이디를 남겨두고 2015년 3월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 책은 그의 아내 루시에 의해서 완성되었는데, 그녀는 남편 폴의 삶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생과 사는 떼어내려고 해도 뗄 수 없으며 그럼에도, 혹은 그 때문에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폴에게 벌어진 일은 비극이었지만, 폴은 비극이 아니었다.” ‘폴에게 일어난 일은 비극이었지만, 폴은 비극이 아니었다.’는 말이 참 마음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우리에게도 종종 어려운 일이 비극처럼 일어납니다. 비록 폴에게 일어난 그런 비극과는 같지 않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비극과 같은 일이 일어나느냐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라도 우리 스스로 비극의 주인공처럼 살지 않으면 됩니다. 폴 칼라니티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맞닥뜨려진 상황을 부정하고 비관과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린다면 그가 살아가는 시간은 비극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힘든 시간 속에서도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고, 작게나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이루어간다면 그는 결코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는 말씀처럼, 비극의 상황에서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은 오늘도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은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에서 부활을 만들어내신 분입니다. 순교라는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도록 하늘에 소망을 안겨주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하루도 의미 없는 하루의 삶이 아니라, 비극과 같은 순간에서도 창조적 의미를 만들어가는 복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