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감동을 주는 작은 배려

  우리에게 귀주대첩(龜州大捷)의 영웅으로 잘 알려진 고려의 명장 강감찬(姜邯贊, 948-1032) 장군의 일화입니다. 귀주에서 거란군을 대파하고 돌아오자 왕인 현종이 친히 마중을 나가 얼싸안고 환영했습니다. 그리곤 왕궁으로 초청해 중신들과 더불어 주연상을 성대하게 베풀었습니다. 한창 주흥이 무르익을 무렵, 강감찬 장군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소변을 보고 오겠다며 현종의 허락을 얻어 자리를 떴습니다. 나가면서 장군은 살며시 내시를 보고 눈짓을 했습니다. 그러자 시중을 들던 내시가 그의 뒤를 따라나섰습니다. 강 장군은 내시를 자기 곁으로 불러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게, 내가 조금 전에 밥을 먹으려고 밥그릇을 열었더니 밥은 있지 않고 빈그릇 뿐이더군.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내가 짐작하건데 경황 중에 너희들이 실수를 한 모양인데 이걸 어찌하면 좋은가?” 순간 내시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이만저만한 실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의 주빈이 강감찬 장군이기에 그에게 그런 실수를 한다면 큰 벌을 면할 수 없을 게 뻔합니다. 내시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땅바닥에 꿇어 엎드려 부들부들 떨기만 했습니다. 이때 강 장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미가 급한 상감께서 이 일을 아시면 모두 무사하지 못할 테니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떤가? 내가 소변보는 구실을 붙여 일부러 자리를 뜰 것이니, 내가 자리에 앉거든 곁으로 와서 ‘진지가 식은 듯하오니 다른 것으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다른 것을 갖다놓게나.” 내시는 너무도 고맙고 감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라 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강감찬 장군은 이 일에 대해 끝까지 함구했습니다. 그러나 은혜를 입은 내시는 그 사실을 동료에게 실토했고, 이 이야기가 다시 현종의 귀에까지 들어가 훗날 현종은 강감찬 장군의 인간됨을 크게 치하해 모든 사람의 귀감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고려사』의 기록에 의하면 강감찬 장군은 ‘키도 작고 볼품이 없어 평소에 사람들이 그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나라의 중대사를 의논할 때는 감히 다른 사람이 범할 수 없는 위엄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거란의 침입을 막은 이후 나라에 계속해서 풍년이 들자 백성들은 “이게 다 강감찬 공 덕분이다”고 칭송했다고도 합니다. 한 마디로 작지만 큰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그 한 모습이 실수를 한 내시를 배려하는 그 마음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배려하는 그런 마음이 쉽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그의 삶과 인격이 그렇게 갖추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여러분,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그런 작은 배려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그래도 살맛 나는 세상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자기 욕심과 욕망에 끌려 살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참지 못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런 작은 배려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우리가 신앙하는 성경의 하나님은 배려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 한 예가 하나님께서 아주 소중하게 여기시는 제사에서 드러납니다. 제사는 제물을 통해서 드려지는데, 그 제물을 여러 종류로 구분해 놓으셨습니다. 소를 제물로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은 소로 드리고, 그것에 힘이 부치면 염소나 양으로, 염소나 양도 준비하기 힘든 사람을 위해서는 비둘기로 예물을 삼아도 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가난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굉장한 배려입니다. 소를 드렸다고 기뻐하시고 값싼 비둘기로 드렸다고 가볍게 보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배려하시는 하나님처럼 오늘 우리의 삶에서도 배려가 드러나는 성숙한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배려는 내 입장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누군가를 배려함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삶이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