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하나님 나라의 왕족

이석(李錫, 1941-)이라는 분을 아십니까? 대한제국 초대황제였던 고종의 손자이며, 의친왕(義親王, 1877-1955)의 열 번째 아들인 황족입니다. 고종황제의 손자 중 현재 가장 연장자이며,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유익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황족이지만 그는 참으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가 어렸을 때 황실의 모든 재산은 이승만 정권에 의해서 대한민국 정부의 소유로 몰수당했고, 그나마 남아 있는 재산도 순종황제 사후에 황실의 직계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대학 재학 시절엔 DJ일을 보기도 했고, 미군 부대와 워커힐 호텔의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 ‘황족이 광대를 해서 돈을 번다’고 집안 어른들에게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 MC와 가수로 계속 활동을 했고, 우리 귀에 익숙한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장미꽃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지어요.’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2.12군사반란으로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뒤 전두환은 황족을 궁에서 쫓아냈고, 결국 그는 1980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미국에서 정원사, 빌딩청소부, 경비원 등 온갖 일을 하며 10여년을 보내다, 1989년 이방자 여사 장례식에 참석하러 귀국하게 됩니다. 귀국한 후에도 삶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우리나라 국적을 회복했지만, 9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전주시에서 제공한 승광재에 기거하면서 전주대학교 사학과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고, 전주의 역사와 전통을 설명하는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나라가 망하면서 황족들이 일본에 철저히 협조하여 친일행각에 앞장선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독립된 이후에도 옛날 황실을 복원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석의 아버지 의친왕은 독립운동에 앞장 선 몇 안 되는 황족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 옥살이를 하고 재산을 몰수당했기에 그의 인생은 더욱 고달플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서 전주시가 그를 받아주었기에 그나마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옛날 황족이면 백성들에게 부러움을 받고, 우러러보아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석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예수님도 왕족입니다. 다윗 왕의 후손으로 이 땅에 태어나셨을 뿐만 아니라,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의 독생자이셨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 오셔서 주님은 온갖 고초를 다 당하셨습니다.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우리로 왕같은 제사장(벧전 2:9)을 만드시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만왕의 왕이신 아버지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왕권을 계승받을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한계시록에서는 세상에 심판이 임할 때 우리는 “천 년 동안 그리스도와 더불어 왕노릇 하리라.”(계 20:6)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왕노릇을 할 왕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왕족이 왕족으로서의 대우를 받으려면 왕족다워야 합니다. 이석 씨가 황족의 대우를 받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나라가 일본에 국권을 빼앗길 때 대부분의 황족들이 일본에 넘어가 친일행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대한제국의 황족이 일본제국의 황족 아래 들어갔으니 우리나라에서 예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들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더라도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라 하늘나라에 속한 자답게 살아야 합니다.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거나 세상에 속한 자로 살면 하나님 나라가 임할 때 우리는 왕같은 제사장의 대우를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우리는 왕같은 제사장임을 기억하고, 세상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의 백성답게 당당하게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