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금요일) 아침의 묵상 – 용기내어 살아야 할 신앙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평화주의자였던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 1883-1983)은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경제학 교수였습니다. 그런데 전쟁과 자본주의적 착취에 반대했던 그는 미국에서 스파이로 몰려 재판정에 서야 했습니다. 비록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나긴 했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그는 대학 강단에서 쫓겨났고, 그의 글과 책들도 신문사와 출판사로부터 배척당했습니다. 아내로부터 이혼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큰 시련 속에서도 그는 자본주의라는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친화적 자급주의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됩니다. 재혼으로 만난 아내 헬렌과 함께 시골로 이주하여 농장을 개간하는 농부로 살면서 행복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삶의 신조를 이렇게 정했습니다.

“1. 간소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할 것.

2. 미리 계획을 세울 것.

3. 일관성을 유지할 것.

4. 꼭 필요치 않은 일을 멀리할 것.

5.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6.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어갈 것.

7. 노동으로 생계를 꾸릴 것.

8. 쓰고 강연하고 가르칠 것.

9.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10.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등입니다.

삶의 1/3은 노동하고, 1/3은 독서하며, 1/3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지낸 그는 92세에 마지막 책을 저술했습니다. 그러다가 100세 생일을 한 달 앞두고, 음식을 끊고 과일 주스만 마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만 마셨습니다. 그리고 1983년 8월 24일 아침, 그는 침상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노래를 조용히 읖조렸습니다.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그리곤 “당신은 훌륭한 삶을 살았어요”라고 말한 아내 헬렌의 말에 “좋아”라고 대답하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어쩌면 니어링은 사회부적응자입니다. 미국 주류사회의 사상과 반대되는 사회주의 사상을 따르다가 간첩으로 몰리기도 했고, 그의 사상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는 대학 강단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끝까지 지키며 살았던 사람입니다. 어쩌면 그는 혹독하리만치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그의 삶은 간소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도 풍요와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하곤 합니다. 우리의 머리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우리의 삶에서 느껴지는 것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생각을 우리의 삶으로 살아내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한데, 그런 용기를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생각은 하는데 몸이나 삶이 따라주지 않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신앙인다운 삶을 살려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의 말씀을 읽고 묵상할 때에는, 그리고 설교를 통해 말씀을 들을 때에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 옳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그게 우리의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그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두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알기는 아는데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지요.

신앙은 머리가 아닙니다. 신앙은 몸이요 삶입니다. 신앙이나 성경을 머릿속에만 간직하는 것은 자칫하면 위선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작은 것부터 용기를 내어 삶을 실천해 보십시다. 하나둘 실천하다 보면 우리는 점점 신앙인다움을 간직한 성숙함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신앙인다운 삶이 힘들 것같지만 용기를 내어 신앙인으로 살아갈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행복과 기쁨이 있습니다. 세상이 결코 알 수 없는 기쁨과 행복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