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모골송연(毛骨悚然)

‘모골송연’(毛骨悚然)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주 끔직한 일을 당하거나 그런 일을 볼 때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몸이나 털이 곤두선다는 뜻입니다. 이 말이 나온 유래가 있습니다. 중국 당나라 시절 소를 잘 그리기로 유명한 대숭(戴崇)이라는 화가가 있었습니다. 대숭이 그린 소싸움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마치 소가 눈앞에서 싸우는 장면을 보는 것 같아 몸에 털이 서고 뼈가 서늘해졌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모골송연이라는 사자성어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면 대숭이 그렇게 소를 잘 그린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는 평생 소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야생의 소가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습성이 있는지, 소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떻게 사는지를 진지하게 연구한 후에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자, 그는 소싸움 현장을 찾아가서 성난 황소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했습니다.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지만, 그는 소를 더 잘 알기 위해서 자신의 털이 서고 뼈가 서늘해지는 경험을 계속했습니다. 그래서 대숭의 작품을 본 사람들 역시 모골송연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일화도 있습니다. 그림에 아주 뛰어난 미불(米芾)이라는 사람이 이 대숭의 그림 하나를 빌려 하룻밤 사이에 그 그림을 베낀 후에 모조품을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감쪽같이 주인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후 주인이 가짜 그림을 들고 찾아와서 호통을 쳤습니다. ‘왜 가짜를 가져다주었느냐?’고 말입니다. 미불은 시치미를 떼고서 ‘어째서 이 그림이 대숭의 그림이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잘 보시오, 소의 눈에 소를 끌고 가는 목동의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없지 않소.” 대숭은 그렇게 소의 눈 앞에 목동을 그림을 그려넣을 정도로 정교하게 그렸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의 지식 가운데 머리로 아는 것이 있는가 하면, 몸으로 겪어보아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머리로 아는 지식과 몸으로 아는 지식 중에 어느 것도 더 중요하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머리로 아는 지식은 힘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몸으로 직접 겪은 것이라고 해서 다 바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각인됩니다.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읽지만, 그리고 선포된 말씀을 자주 듣지만 그 말씀이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고백되고 그 말씀의 능력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말씀이 삶에서 경험되어야 합니다.

많은 경우 큰 시련이나 고난을 겪은 후에야 말씀의 참뜻을 깨닫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머리로만 알던 말씀이 시련이나 고난의 현장에서 내 삶으로 경험될 때 그 말씀은 내게 너무나도 분명한 말씀이 됩니다. 시편에서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술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시 119:103)라고 고백할 수 있는 이유도, “꿀과 송이꿀보다 더 달도다.”(시 19:10)고 고백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머리로만 아는 말씀이 아니라, 말씀이 내 삶에서 체득되어 그 말씀이 내게 능력이 되고 생명이 될 때만 고백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그렇게 말씀이 내게 능력이 되고, 그래서 내게 꿀과 송이꿀보다 더 달다는 고백을 할 수 있다면 말씀을 읽고 따르는 일에 기쁨이 넘칠 것입니다. 그 말씀이 가져다주는 능력으로 말미암아 모골이 송연해지기도 하구요.

여러분, 하나님의 임재와 말씀의 능력을 우리의 삶에서 체험하는 신앙으로 살기를 소망합니다. 그런 믿음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주님의 뒤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의 삶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과 동행하며, 말씀이 능력으로 경험되는 복된 믿음으로 사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