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늘 지켜주시는 하나님

2012년에 만들어진 ‘라이프 오브 파이’(Lifr of Pi)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대만 출신의 이안(Ang Lee, 1954-)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2013년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등 4개 부분을 석권한 명작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가족은 안정된 삶을 위해 동물들을 싣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는 도중 거센 폭풍우를 만나 배가 좌초되고 맙니다. 혼자 살아남은 16살의 어린 소년 파이는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올라탔고, 그 구명보트에 있던 다친 얼룩말, 굶주린 하이에나, 오랑우탄과 함께 바다를 표류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구명보트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던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발견하고는 두려움에 떱니다. 점차 동물들은 배고픔에 허덕이게 되고,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파이와 벨갈 호랑이만 남게 되는 상황에서 파이는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들은 경외심까지 불러일으키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망망대해에서 마주한 폭풍우라는 무서움이 공존하는 항해를 계속해 갑니다. 그러면서 적대관계였던 파이와 호랑이는 서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동지였음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227일간의 놀라운 항해를 마치고 멕시코 해안에 도착합니다. 육지에 도착한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쓰러져 있는 파이를 놔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지개를 켜고 숲으로 사라져버립니다.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문명사회로 돌아온 파이는 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관들에게 배의 침몰 사유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받습니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파이의 이야기를 곧이듣지 않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수사관들은 현실적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라고 압박을 하고, 파이는 동물들을 주방장과 선원 등으로 대체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그 새로운 이야기는 인간 본성의 어두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끔찍한 사건이 되어버립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른이 된 파이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두 가지 이야기를 들으셨는데, 어떤 이야기가 맘에 드나요?”

그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두려움은 나를 방심하게 않도록 긴장하게 합니다.” 낯선 환경, 자신의 힘으로 극복해낼 수 없는 여건, 특별히 호랑이와의 대치상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늘 긴장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긴장했기에 그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파이가 회상한 것입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신이 나의 고통을 외면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아니었어요. 신은 늘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거예요.” 200일이 넘는 동안의 험난한 사투의 과정을 겪을 때에는 신이 보이지 않았지만, 되돌아보니 신은 늘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고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는 고백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파이가 경험했던 항해인지도 모릅니다. 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긴장하며 살아야 합니다. 때로는 내가 계획한 대로 되어진 것 같지만, 더 많은 순간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과 마주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고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불안과 두려움의 인생에서 우리가 그래도 평안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 주님, 우리를 보호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신명기에서 말씀하십니다. “마치 독수리가 자기의 보금자리를 어지럽게 하며 자기의 새끼 위에 너풀거리며 그의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그의 날개 위에 그것을 업는 것 같이 여호와께서 홀로 그를 인도하셨고 그와 함께 한 다른 신이 없었도다.”(신 32:11-12) 광야를 걸어오는 동안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그렇게 인도하셨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그렇게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광야와 같은 세상을 걸을 때에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를 건널 때에도 말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담대하게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