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갑질과 자존감

종종 우리 사회에 화두로 던져진 문제가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갑질하는 것입니다. 2014년에는 서울 압구정동의 어느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한 입주민이 베란다에서 경비원에게 빵을 던져주며 주워 먹으라고 조롱을 했고, 이에 심한 모멸감을 느낀 경비원은 자신의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분신하여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강남구 수서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법주차한 외제 고급차가 유모차나 휠체어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경비원이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자 직접 집을 찾아가 ‘차를 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차주는 ‘새벽에 들어왔는데 아침부터 차를 빼라 한다.’며 되레 화를 내곤 빼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불법주차 스티커를 부착하자 자신의 차를 손괴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런 갑질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경비원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모멸감을 참고 견디어야 하며, 때로는 폭행을 당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갑질의 행태는 비단 아파트 경비원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학교 교사들을 향한 학부모의 갑질도 종종 일어나고, 심지어 교사가 목숨을 끊는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상점에서 고객이 갑질하는 일도 많고,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갑질하는 일들도 많습니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이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갑질하는 일도 있습니다. 갑질이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오만하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을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 왜 이런 갑질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이 갑질의 근저에는 자존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생각하면 우리의 내면에서 분노가 일어납니다.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자존심을 짓밟힌 상대가 자신보다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도 상대가 나에게 대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약자에게는 그 분노가 갑질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러면 자신의 분노가 가라앉는 것처럼 느낍니다.

그러나 분노를 표출하거나 갑질을 함으로서 무너진 자존심이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존심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자존감을 갖는 것입니다. 지금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자기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라 여기는 것이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은 자신이 얼마만큼 가졌느냐, 남들보다 얼마만큼 높은 자리에 있느냐 하는 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내 모습 그대로 소중하다’고 스스로 존중하는 데서 자존감이 세워집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서 말입니다.

예수님은 나사렛 사람이라고 불려졌습니다. 그 말이 당시로서는 상당히 치욕적인 말입니다. 시골뜨기라 놀리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그런 말에 전혀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세상의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부르든 당신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자의식을 갖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존심을 버리고 자존감을 갖기 위해서는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다.’는 분명한 자기 고백이 있어야 합니다. 나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에 따라서 자존감을 높일 수도 있고, 자존심에 노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늘 누가 나를 놀리거나 업신여긴다 하더라도 기죽지 말고 사십시다. 그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한다 하더라도 나의 존재 가치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갑질이 아닌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십시다. 그게 신앙인으로 사는 삶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