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판단이 아니라 기도

1979년에 있었던 12.12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예상했던 대로 천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12.12군사반란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사람들이 많이 놓친 것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역할입니다. 영화 중에서 국방부장관은 참모총장 공관에서 난 총소리에 놀라 한미연합사령부로 도망을 칩니다. 그곳에서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금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육본으로 돌아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육본으로 돌아온 국방부장관은 반란군에게 붙잡혀 반란군에게 동조하고, 그렇게 반란은 성공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당시 상황에서 미국이나 미군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을까요? 한동안 국민들의 찬반 속에 관심을 끌었던 문제 가운데 하나가 전시작전권 환수였습니다. 이 말은 아직도 우리나라에 전쟁이 벌어졌을 경우 군대를 이동하고 군사작전을 펴는 일의 모든 권한이 미군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12.12군사반란이 일어났던 1979년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습니다. 군사작전권은 분명 미군에게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전방에 있던 1공수여단과 5공수 여단의 병력이 육군본부를 점령할 수 있도록 병력을 이동하는 데에는 분명 군사작전지휘권을 가진 주한미군 사령관의 허락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당시 미국이 전두환이 반란을 일으키고 정권을 잡는 일에 동조했기에, 전두환이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데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것은 미군이 그 이후 보인 행보에서 알 수 있습니다. 12.12군사 반란에 성공한 전두환은 최규하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만든 후, 평화적인 정권교체라는 명분으로 강제 하야시킵니다. 그리고 1980년 8월 27일 장충체육관에서 제11대 대통령 선거를 치러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그 날 존 위컴(John Wickam, 1928-) 주한미군 사령관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박정희 피살 이후 가장 성공적인 미국의 한국 정책 가운데 하나는 전두환 정권의 수립이다. 우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그 보람도 크다.” 이 말은 전두환이 쿠데타에 성공하고 정권을 잡는데 미국이 일조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해 10월 이런 말을 합니다. “한국 국민들은 국민성이 들쥐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 잘 따를 것입니다.”

존 위컴이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한국에 온 것은 12.12군사반란이 일어나던 1979년입니다.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한국 국민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다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짧은 시간 짧은 지식을 가지고, 그리고 전두환의 권력 야욕 앞에 쩔쩔매며 그 뒤에 줄을 서서 추종하던 일부 권력자들을 보면서 한국 국민에 대해서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아는 적은 부분을 가지고 누군가를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곤 합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겪어보고 함께 살아도 다 알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고, 아무리 오래 머물러 산다 하더라도 다 알지 못하는 것이 상황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에게 다른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거나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합니다. “남의 하인을 비판하는 너는 누구냐? 그가 서 있는 것이나 넘어지는 것이 자기 주인에게 있으매 그가 세움을 받으리니 이는 그를 세우시는 권능이 주께 있음이라.”(롬 14:4) 모든 주권은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상황을 다 아시는 분은 하나님뿐이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우리 눈에 비쳐진 것, 내가 경험해서 알고 있는 것만을 통해서 누군가를 판단하려 합니다. 내가 다 아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그런 유혹을 이겨내야 합니다. 우리는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해서 기도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실수나 허물이 보일지라도 판단하려 하지 말고 기도해주는 믿음으로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