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미련한 자와 다투지 말라!

어제 아침에 말씀드린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1564)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습니다. 미켈란젤로가 남긴 명작 가운데 하나가 다비스(David) 상입니다. 피에타를 조각함으로 유명세를 탄 미켈란젤로는 아직 30세도 되기 전에 거장의 반열에 올랐고, 피렌체 성당 부벽에 올려놓을 다윗을 조각해 달라는 주문을 받게 됩니다. 돌팔매로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을 통해서 압제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쟁취한 피렌체를 나타내려는 의도였습니다. 1501년부터 1504년까지 무려 4년에 걸쳐 만들었는데, 이 다비드 상이 완성되어갈 때 있었던 일화입니다. 다비드 상이 거의 마무리되어갈 무렵, 작업을 의뢰한 피렌체 시장이 방문해 ‘다윗의 코가 조금 큰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이 다비드 상은 높이가 4m가 넘고, 좌대 위에 올려져 있어 실제 작품은 5m가 넘습니다. 그 큰 조각품을 사람들은 아래에서 올려다보아야 하기 때문에 얼굴이 작게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일부터 다윗의 코를 조금 크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피렌체 시장의 지적을 받자 미켈란젤로는 원근감 때문에 코를 크게 만들었다고 설명하는 대신에 조각대 위에 올라가 코를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이 정도면 됐는지 다시 한 번 봐 달라’고 요청을 하자, 피렌체 시장은 만족한 듯 ‘한결 낫다.’고 대답을 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런데 사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조각품을 전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좌대에 올라가면서 대리석 가루를 몰래 가지고 가서, 그 가루를 조금씩 뿌리면서 코를 수정하는 작업을 하는 것처럼 연기를 했던 것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예술품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시장과 논쟁을 벌여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또 시장이 젊은 예술가의 말에 자신의 뜻을 굽힐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렇게 한 것입니다. 시장과 다투어봐야 아무런 득이 없기에 피렌체 시장의 말을 들어주는 것처럼 행동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 미켈란젤로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하는 다비드 상이 완성된 것입니다.

잠언 29장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지혜로운 자와 미련한 자가 다투면 지혜로운 자가 노하든지 웃든지 그 다툼은 그침이 없느니라.”(잠 29:9) 이 말의 의미는 미련한 자와는 다투지 말라는 것입니다. 미련한 자는 합리적인 것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지 못합니다. 그저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할 뿐입니다. ‘가장 무서운 사람이 책을 한 권만 읽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을 한 권만 읽고서 그것이 모든 것인 양 억지를 부리는 것은 말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지요. 여러 분야의 책을 통해 지식의 폭을 넓혀야 하고, 같은 분야라 하더라도 여러 사람의 주장을 들어야 하는데, 한 가지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게 바로 미련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의 고집을 꺾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과는 다투지도 말고, 그런 사람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지혜자는 우리에게 교훈해 주고 있습니다.

가끔 라디오에서 토론하는 것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상대방의 이야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특히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정치 권력은 얻었을지 몰라도, 인생을 참 미련하게 사는구나.’라는 안타까움이 들곤 합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를 살면서 미련한 자처럼 살지 마십시다. 다른 사람의 말과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들을 조금 더 포용하는 마음으로 사십시다. 그리스도의 마음은 세계를 품는 마음임을 잊지 말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