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금요일) 아침의 묵상 – 마지막 잎새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작가 오 헨리(O. Henry, 1862-1910)의 작품 중에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라는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화가 지망생인 수(Sue)는 동년배의 화가 지망생인 존시(Johnsy)와 함께 미술가의 마을인 뉴욕으로 와서 공동 하숙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추운 겨울을 맞아 몸이 약했던 존시는 폐렴에 걸리게 되고, 심약했던 그녀는 곧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날이 갈수록 폐렴이 약하되어 가던 존시는 창문 밖에 보이는 담쟁이 잎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담쟁이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우울해합니다. 그녀의 이웃집에는 독일계 미국 화가인 베어먼(Behrman)이라는 영감님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언젠가는 걸작을 그리겠다.’고 장담을 하면서도 오랫동안 어떤 그림도 그리지 않고 술을 마시며 살았습니다. 베어먼은 ‘담쟁이 잎이 떨어지면 자신은 죽는다’는 존시의 이야기를 듣고는 ‘세상천지에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어디 있느냐?’며 그 이야기를 일축해버립니다. 그날 밤, 폭풍우가 매섭게 몰아쳤습니다. 존시가 담장에 있는 담쟁이덩굴을 보는데, 나뭇잎들이 다 떨어졌지만 마지막 잎새 하나만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존시는 그 나뭇잎에 감화되어 삶에 대한 의지를 얻게 됩니다. 사실 그 마지막 남은 잎새는 베어먼 영감님이 담장에 붓으로 정밀하게 그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간밤에 사다리를 타고 차가운 비바람을 맞으면서 담장에 담쟁이 잎을 그린 베어먼은 2일 만에 폐렴으로 죽고 맙니다. 이 사실을 안 수(Sue)는 담장에 그려진 마지막 잎새야말로 베어먼이 생전에 언젠가 그리겠다고 말했던 바로 그 걸작이라고 평가합니다. 언젠가 걸작을 그리겠다는 베어먼의 말은 그렇게 실현된 것입니다.

여러분, 마지막 잎새는 그래서 희망입니다. 삶에 대한 희망입니다. 다 떨어졌다 하더라도 마지막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의 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의 끈은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12월을 맞았습니다. 2023년도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11장의 달력이 어떤 폭풍우에 의해서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 시간들이 캄캄한 어둠 같았을 수도 있고, 깊은 웅덩이와 같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든 순간이었더라도 우리는 여기까지 살아왔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의 손길이 우리와 함께 하셨기에 가능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언젠가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희망도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마지막 한 장이 사라지면 다시 12장의 새로운 시간이 창조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한 장을 넘기기 전에, 그 한 장이 사라지기 전에 그 동안 우리와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해 보십시다. 힘든 순간에 우리와 함께 하셨던 하나님, 넘어질 듯한 순간에 우리를 품어 주셨던 하나님, 쓰러져가는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붙들어 주셨던 하나님, 깊은 어둠 속에서 빛이 되어 주셨던 하나님, 홀로 있을 때 조용히 다가와 주셨던 하나님,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우리의 등을 부드러운 손으로 도닥여 주셨던 하나님. 그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지막 잎새가 되어주십니다. 결코 우리의 눈에서 사라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로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독수리의 날개로 업어 인도하셨다’(출 19:4)고 말씀하십니다. 독수리의 날개는 혹독한 시련이면서 동시에 철저한 보호하심을 뜻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그렇게 여기까지 인도하셨습니다. 마지막 남은 2023년 한 달, 하나님의 은혜를 더 깊이 느끼며 고백하는 시간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마지막 잎새가 되어주신 하나님의 품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안기는 믿음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