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금요일) 아침의 묵상 – 스스로를 낮추면

삼국시대 고구려의 을지문덕(乙支文德) 장군은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매우 익숙하게 들었던 이름입니다. 당시 중국의 수나라가 네 차례에 걸쳐 고구려를 침략하고, 그 유명한 살수대첩은 612년 수나라와의 두 번째 전쟁에서 일어납니다. 당시 수양제가 이끄는 군대는 육군이 113만 명이었고, 수군이 7만 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에 고구려의 영양왕(嬰陽王)은 을지문덕 장군에게 북쪽에서 수나라의 육군을 상대하도록 했습니다. 바닷길을 통해서 평양성에 도착한 수나라의 수군 4만 명이 고구려 군에게 궤멸되었고, 우중문(于仲文)과 우문술(宇文述)이 이끄는 별동대 30만5천 명이 평양성을 공격하게 됩니다. 그러나 을지문덕 장군의 유도작전에 말려, 평양성 30리 밖까지 접근하게 되었으나 철군하게 됩니다. 고구려 군은 곧 추격전을 벌였고, 수나라 군사들이 살수를 건널 때 맹공을 가하여 수나라 군대를 궤멸시키고 맙니다. 그 결과 압록강을 건너 요동에 도착한 수나라 군사의 수는 30만 명 중에서 불과 2,700명에 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잘 아는 살수대첩(薩水大捷)입니다.

을지문덕 장군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의 출생이나 살수대첩 이후 삶에 대한 상세한 기록도 없고, 그가 언제 죽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살수에서 수나라의 군대를 물리치고 대승하여 평양으로 개선장군이 되어 돌아올 때 영양왕은 친히 성 밖의 들판까지 마중을 나갔고, 친히 꽃가지를 그의 투구에 꽂아 주며 금은보화를 하사했다고 합니다. 신하로서 그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을지문덕 장군은 그와 같은 영광을 사양하고, 왕 앞에 엎드려 무릎을 꿇고 이렇게 사죄했다고 합니다. “상감마마의 귀중한 백성이요, 또 여러분의 소중한 아들들이며, 남편인 고구려의 청년들을 수없이 전장에서 잃고 얻은 승리를 나 일개인의 공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이 나라의 진정한 영웅들은 여기에 살아서 돌아온 저 을지문덕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는 산과 들에서 산화한 뒤 돌아오지 못하는 용사들입니다." 그리곤 평양으로 돌아온 즉시 왕에게 하직인사를 올리고 고향인 평양 근처의 증산으로 돌아가 베옷을 입고 남은 여생을 근신하면서 지냈다고 합니다.

이것은 하나의 전설이긴 하지만, 을지문덕 장군의 인품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장수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올 때 환영하는 무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승리를 만끽하는 것과 승리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것들을 누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을지문덕 장군의 모습에서는 살아와서 영광을 받아야 할 자신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잃었던 이름없는 이들의 희생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 모습에서 우리는 믿음의 사람 다윗의 모습을 연상하게 됩니다. 블레셋 장수 골리앗을 죽인 이후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안긴 다윗에게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삼상 18:7)라며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런 환호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 일을 하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심을 잘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가 칭찬받고 내가 영광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영광이 주어진 때를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 영광에 도취되었다가는 하나님에게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남을 높여주고, 남을 세워줄지언정, 내가 높아지려는 유혹을 조심하십시다. 우리 스스로 낮아지면 하나님께서 언젠가 반드시 우리를 높여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