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기적이란?

아브라함의 일생에 가장 큰 실수는 아마도 이스마엘의 탄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님께로부터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겠다.”(창 12:2)는 약속의 말씀을 받고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에 들어온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이 점점 늦어지자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아내 사라의 제안으로 사라의 여종 하갈을 통해서 이스마엘을 낳게 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스마엘이 언약의 아들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며 100세에 이삭을 주셨습니다. 이삭이 어느 정도 자라 젖을 떼는 날 큰 잔치를 베풀 때에 아브라함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납니다. 이삭보다 열네 살이나 많은 이스마엘이 어린 이삭을 놀리는 모습을 보고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하갈과 이스마엘을 내쫓으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이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근심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사라의 말대로 하라고 문제를 정리해 주십니다.

아들 이스마엘과 함께 졸지에 쫓겨난 하갈은 브엘세바 근처에 이르렀을 때 가져온 물이 다 떨어져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자 하갈은 아들 이스마엘을 관목덤불 아래에 놔두고 멀찍이서 목이 말라 죽어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대성통곡을 합니다. 그 때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나 ‘이스마엘이 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큰 민족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약속해 주십니다. 그러면서 하갈의 눈을 밝혀 샘물을 보게 하시고, 그 샘물에서 물을 가져다가 이스마엘로 마시게 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갈이 울부짖는 그곳 가까이에 샘물이 있었습니다. 하갈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하나님께서 샘물을 만들어 주신 것이 아닙니다. 샘물은 원래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갈은 자신의 눈앞에 있던 그 샘물을 보지 못했을까요?

성경은 ‘하나님이 하갈의 눈을 밝히셨으므로 샘물을 보았다’(창 21:19)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전까지 하갈의 눈은 밝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왜 밝지 않았을까요? 지금 아브라함의 장막에서 쫓겨난 하갈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고향인 애굽으로 가기 위해서 헤브론 남쪽 브엘세바로 오긴 왔지만, 애굽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 목이 말라 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더군다나 자신이 목말라 죽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자신의 자식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은 도저히 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황량한 광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하는 말 그대로 ‘앞이 캄캄’했을 것입니다. 하갈에게 기적은 그의 눈이 밝아져 샘물을 본 것입니다. 없던 샘물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있었지만 보지 못하던 샘물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에게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때로 하나님의 기적은 새로운 뭔가를 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보는 것, 우리가 보지 못한 채 살아온 삶에서 보아야 할 것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 바삐 살다 보니 내가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한 채 살기도 합니다. 내게 요구된 수없이 많은 일들을 감당하다 보니 잠시 멈춰 서지 못합니다. 너무나도 분명한 목표에 집중하다보니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히게 됩니다. 하갈에게 기적은 멈춰서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애굽으로 가던 길을 멈춰서서 자신의 품속에서 목이 말라 죽어가는 아들을 잠시 내려놓고, 아들과 조금 떨어져 울부짖을 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 바쁘게만 달려가거나, 내 문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잠시 멈춰서서 내 삶의 자리를 둘러보십시다. 거기에 기적이 숨겨져 있을 것입니다. 멈춰 서는 것이 기적을 보는 방법입니다.